낙농가와 유업계가 올해 원유(原乳)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흰우유 등의 가격도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걱정 역시 한시름 놓게 됐다.
↑ 마트에 놓인 우유(사진 이하린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 협상소위원회는 고물가 상황 속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원유 가격을 용도별로 동결하거나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협상을 통해 흰 우유 등 신선 유제품 원료인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동결하기로 했다. 치즈·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쓰는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5원 내린다. 이에 따라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1,084원으로 유지되고,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887원에서 882원으로 더 싸진다. 조정된 원유 가격은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11일부터 이사 7명으로 구성된 원윳값 협상 소위원회를 구성해 협상을 진행해 왔다. 올해 원윳값은 농가 생산비와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하면 실제로 ℓ당 26원(음용유 기준)까지 올릴 수 있었다. 낙농가는 사료 가격 인상과 노동단가 상승에 따라 원윳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세운 반면, 유업계와 정부는 고물가에 따른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윳값 협상은 당초 6월 한 달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협상 기간이 연장됐다. 결국 14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올해는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원윳값 동결에 따라 원유를 주재료로 쓰는 유제품 가격 인상도 피하게 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주요 유업체는 흰우유 제품 가격을 동결할 계획이다. 과자, 빵, 아이스크림 등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사라지게 됐다.
지난해
에는 원윳값 인상으로 밀크플레이션이 현실화돼 유업체들이 우유 제품 가격을 4~6% 인상했고, 아이스크림과 과자, 빵류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이에 따라 국내 우유 소비가 감소하는 한편 값싼 외국산 멸균우유를 찾는 소비자가 늘기도 했다.
[글과 사진 이하린(매경닷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2호(24.8.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