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 동물 대하는 방식에 관심 가져야
각종 미디어에서 동물들의 활약이 예사롭지 않다. 개만 해도 한때 그들은 드라마에서 연기자의 품에 안겨 있거나 마당 한 편을 차지하고 시골 분위기를 내는 엑스트라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약방 감초를 뛰어넘어 당당히 주연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부주의로 인한 사고와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장면도 늘고 있다. 미디어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 [사진=카라] |
이 사건이 있기 2년여 전, 이미 우리에게는 미디어에 출연하는 동물들의 안전과 동물권을 보장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2020년, 동물행동권 카라(KARA)에서 펴낸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그것이다. 미디어 속 동물의 안전과 권리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 동물이 촬영에 동원되었다가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말을 촬영에 동원할 때는 ‘말의 걸음걸이에 이상을 주는 어떤 장치나 약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중략) 말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경우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물며 말의 다리를 당겨 강제로 넘어뜨리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카라가 가이드라인 제작을 위해 모니터링한 결과만 봐도 상당히 걱정스러웠다. 당시 79개 유튜브 계정의 413개 동물 영상을 분석했는데, 전체의 20%인 83개 영상이 동물학대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또 시민 2,055명 가운데 68%가 동물 학대 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미디어마다 동물 콘텐츠가 급격히 늘면서, 크고 작은 동물 학대 논란 역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조회수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유튜브 등에 동물 출연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동물 학대 행위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보아 넘기는 혹은 재미있어 찾아보기까지 하는 여러 영상에서 동물권 침해 소지가 발견된다.
가령 ‘펫튜브 챌린지’에서는 영상 촬영을 위해 과도한 상황을 설정하고 동물이 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하도록 시키기도 한다. 한 펫튜버는 분양받은 개를 유기견으로 속여 채널을 운영하며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도 했다.
↑ 카라(KARA)에서 펴낸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 표지 |
앞서 ‘까미 사건’이 남긴 것이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동물 학대 금지 행위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카라]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