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한 겨울 나려면
심장사상충 약 중요·보온 신경 써야
겨울 산책 시간은 조금 줄이기
평소 몸에 열이 많고 거치적거리는 게 싫은 수리는 한겨울에도 옷 입기를 거부한다. 때로는 실랑이를 하기가 지겨워 옷을 입히지 않고 산책을 다녀오는데, 그러면 어김없이 며칠간 콧물을 달고 산다. 그러니까, 개도 겨울엔 춥고 감기에 걸린다.
심장사상충 약 챙겨 먹여요
심장사상충은 모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기생충이다. 따라서 모기가 없는 겨울에 굳이 약을 먹이거나 발라 줄 필요가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에 관해 전문가들은 겨울에도 여전히 심장사상충 약을 복용하라고 권한다. 사실 권한다기보다, 1년 내내 먹여야 한다는 주장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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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시 |
반려인 상당수가 12~2월 사이에는 심장사상충 약을 끊었다가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먹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연평균 기온이 높아져 겨울에도 모기가 활동한다. 게다가 난방으로 실내가 충분히 따뜻하고, 보일러실이나 지하실 등 온기가 있는 곳에서는 모기가 발견되기도 한다. 물론 다른 계절보다야 감염 가능성이 낮지만 운 나쁘게 감염되면 치료비 부담도 크고 건강을 회복하기까지 최소 1년은 걸리기 때문에, 겨울에도 심장사상충 약을 먹이는 편이 안전하다.
모기가 아니더라도 요즘 시판되는 심장사상충 약은 진드기나 회충, 집먼지진드기 같은 다른 해충으로부터의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는 기능까지 포함한 경우가 많다. 수리와 내가 사는 따뜻한 남쪽 나라 제주도는 한겨울에도 진드기를 발견하는 일이 드물지 않아, 이런저런 계산 없이 매달 심장사상충 약을 먹인다. 특히 갓 태어난 강아지는 생후 6주 이상이 되면 겨울이라도 반드시 심장사상충 약을 먹여야 한다. 성견보다 감염 가능성과 치사율이 높기 때문이다.
보온에 신경 써 주세요
털옷을 기본 장착한 개라도 겨울은 춥다. 영하의 기온에 바깥에 오래 있으면 동상이나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감기도 물론이다. 특히 코감기, 기관지염, 목 염증, 폐렴 등에 노출되기 쉬운데, 독감에라도 걸리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콧물을 흘리거나 부쩍 재채기를 하거나, 운동성이 급격히 떨어졌다면 감기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실외에서 생활하는 개의 경우도 겨울 한철은 실내로 들여 지내게 하면 좋다. 그러기 힘든 상황이라면 개집의 보온성을 높이고, 입구를 해가 잘 들고 바람을 등지는 방향으로 두어야 한다. 체온 유지를 위해 개집에 담요나 수건을 넣어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습기를 빨아들여 얼 수도 있기 때문에 지푸라기나 건초가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산책 시간은 조금 줄여요
겨울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도 근육이 수축하고 혈액 순환이 나빠지므로,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활동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특히 관절염을 앓는 노령견은 추위 때문에 관절 통증이 심해져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산책을 아예 안 하는 건 비만으로 가는 지름길. 산책 시간을 평소보다 줄이고, 빙판길이나 눈길은 피해서 산책하기를 권한다. 갑작스럽게 추위에 노출시키는 것보다는 베란다나 현관에서 잠시 추위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진 뒤 바깥으로 나가면 좋다.
겨울 산책에서 유의할 점이 또 있다. 길바닥에 뿌린 제설용 염화칼륨이나
차에서 흘러나온 부동액이 반려견의 발과 배에 묻을 수 있는데, 이들은 치명적인 독약이므로 밟지 않도록 각별히 챙겨야 한다. 특히 부동액은 향이 좋고 단맛을 풍겨 반려견이 무심코 핥을 수 있다. 반려견이 부동액을 먹었다면 지체 말고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