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고급 갑각류로 분류되던 ‘킹크랩’과 ‘꽃게’ 가격이 평소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불경기 등의 여파인데, 비싼 식재료로 여겨지던 킹크랩과 꽃게가 반값에 풀리자 소비자들이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 (사진 이마트) |
고급 식재료의 대명사인 킹크랩은 ㎏당 12만 원대의 가격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중순부터 가격이 급락했다. 우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산 해산물 수입을 금지한 영향이 크다. 살아 있는 상태로 유통되는 킹크랩 특성상 재고 소진을 빠르게 해야 하는데, 미국과 유럽 수출이 막히니 그 물량 상당수가 한국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한국에 들어오는 물량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가격이 내려갔다. 여기에 중국 경기침체 여파로 현지 최대 명절인 ‘중추절’ 킹크랩 수요가 급감, 중국으로 갈 물량 상당수가 한국으로 들어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킹크랩 가격 급락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자 대형마트는 이를 겨냥해 ‘반값 할인’을 내걸기도 했다. 이마트는 지난 10월20~21일 이틀간 러시아산 레드 킹크랩을 100g당 5,000원대에 판매한다고 홍보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이마트 킹크랩 평균 판매가가 100g당 1만98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거의 반값에 판매하는 셈이다. 반응은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 행사가 시작된 날 이마트에서는 오픈 10여 분 만에 물량이 완판됐고, 그에 앞서 매장이 문을 열기도 전에 줄을 서는 ‘오픈런’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마트는 킹크랩 가격이 당분간 내림세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속해서 물량 조달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제철을 맞은 가을 꽃게도 가격이 저렴해졌다. 올해 서해 연안의 수온이 예년보다 1.5도 가까이 높아지면서 꽃게가 풍년을 맞았다. 지난해보다 어획량이 30% 가까이 늘자 자연스럽게 현지 도매가격이 싸졌다. 수협중앙회의 전국 꽃게류 위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달 18일까지 수협을 통한 위판 물량은 2,29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02t)보다 27% 늘었다. 이에 따라 ㎏당 평균 위판 가격은 5,86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365원)보다 2500원 낮아졌다. 2년 전 9,312원과 비교하면 3,447원(37%)이나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대형마트들은 반값 킹크랩에 이어 제철 꽃게까지 싼값에 내놓으며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을 공략 중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인기인 꽃게가 이탈리아에서는 골칫거리로 전락한 상황도 눈길을 모은다. ‘푸른 꽃게’ 이야기인데,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기후 변화 등으로 푸른 꽃게의 개체 수가 급증했다. 푸른 꽃게는 대서양 서부 해역에 서식하는 게로, 일반 꽃게보다 청색 빛이 강하게 도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이것이 이탈리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조개와 홍합, 굴 등을 마구잡이로 잡아먹는다는 것. 이탈리아에서는 한국과 달리 꽃게 요리를 별로 즐기지 않고 대신 조개, 홍합, 굴 요리를 즐겨 먹는다.
결국 이탈리아 동북부 베네토주는 푸른 꽃게 퇴치를 위해 290만 유로(약 42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예산은 푸른 꽃게를 포획하고 폐기하는 이들에게 포상금으로 지급된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그럴 거면 우리한테 주지” 등의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이탈리아산 푸른 꽃게가 조만간 우리나라에
[글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사진 이마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