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희(33) 감독은 ‘송중기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는 영화 ‘늑대소년’을 들고 31일 관객을 찾는다. 이 영화에서 송중기는 과감한 도전을 했다. 손톱에는 때가 껴있고, 머리는 부스스하다. 꾀죄죄한 얼굴과 몸은 냄새를 굳이 맡지 않아도 악취가 날 것만 같다.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고, 진짜 늑대처럼 ‘아우~’하고 소리도 내고, 코도 벌렁 거린다. 또 괴물로 변하기까지 한다.
‘늑대소년’은 조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재학 시절 초안을 아이디어로 남겨 놓은 작품이다. 제작사 비단길을 만나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갔다. 그간 조 감독은 2008년 ‘남매의 집’으로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3등상을 수상하고, 2010년 ‘짐승의 끝’으로 벤쿠버 국제영화제 용호상 부문,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진출해 실력을 검증 받은 바 있다. 기괴함과 엉뚱함이 묻어나는 특징이 있지만, ‘늑대소년’에서는 따뜻한 감성까지 더해졌다.
“어떤 노선을 바꿨다기보다는 저는 무섭고 기괴한 영화들도 좋아하고, 판타지 만화 같은 것들도 좋아해요.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는 거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모자란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아직 영화 만드는 것에 완전히 익숙하다고 할 수 없죠. 매번 새롭기 때문에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웃음)
한국영화아카데미 25기인 그는 연출부 생활을 하지 않았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너무 좋아했던 그는 영화 ‘내츄럴 시티’ 등으로 유명한 제작사 올리브 스튜디오의 민병철 감독 밑에서 애니메이션 콘셉트 디자이너로 일했다.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조감독으로도 있었다.
영화계에서 활동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졌다. 조 감독은 “창고 안에 쌓아둔 시나리오가 많은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또 하고 싶은 게 생겼다”며 “물론 다음에는 감성멜로는 아닐 것 같다”고 웃었다.
이미 그의 경력으로 많은 이들이 박찬욱·봉준호 감독에 버금가는 거장이 될 것이라고 하기까지 한다. 조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50번 넘게 봐 대사를 모두 외우는 등 봉 감독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은 아직 그를 따라가려면 멀었단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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