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7일) 밤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의 경기 보시고 감동받으신 분들 많을 겁니다.
관중석에 있던 어머니마저 "경기를 포기하라"고 할 정도로 절망적 상황에서 써 내려간 안세영의 각본 없는 드라마를 김한준 기자가 소개합니다.
【 기자 】
천위페이의 공격을 받아내던 안세영이 얼굴을 찡그리더니 오른쪽 무릎을 잡습니다.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파스로 응급처치를 하고 다시 코트로 돌아갑니다.
첫 세트는 힘겹게 지켜냈지만, 무릎을 제대로 쓸 수 없던 탓에 두 번째 세트를 내주고 맙니다.
▶ 인터뷰 : 안세영 어머니
- "멈춰도 된다고 그만해도 된다고 더 다치면 안 되니까 기권하자 (관중석에서) 그렇게 말했는데, 안 멈추기에 진짜 응원을 못 하겠더라고요."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안세영이 공격 대신 '질식 수비'로 경기를 체력전으로 끌고 가면서 오히려 천위페이의 체력이 먼저 바닥난 겁니다.
3세트 막판 천위페이는 근육 경련까지 일으켰고, 여제 안세영의 대관식은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 인터뷰 : 안세영 / 배드민턴 국가대표
- "그냥 정신만 바짝 차리자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아무 생각이 없었고, 아프지만 그래도 우승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요."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낸 안세영은 국민들로부터 '항저우 최고의 순간'으로 각인됐고, 이번 대회 '투혼상' 수상자로 선정되기까지 했습니다.
▶ 인터뷰 : 안세영 / 배드민턴 국가대표
- "왜 저한테 이런 과정을 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하고 슬펐지만 어떻게든 풀어나가자는 생각에…."
안세영의 완벽한 마무리로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제의 다음 목표는 내년 파리 올림픽의 시상대 맨 윗자리입니다.
MBN뉴스 김한준입니다.
[ 김한준 기자 / beremoth@hanmail.net ]
영상취재 : 임채웅·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유수진, 그래픽 : 이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