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에 1억원 상당 은닉 밀수…신체 안에 넣어 입국장 통과도
↑ 동남아 3대 마약왕 중 베트남에서 검거된 마지막 피의자 김모 씨가 2022년 7월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강제 송환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김모 씨는 시가 1억 원 상당의 필로폰을 서울 강남 도심 한복판에 있는 건물 화장실에 소분해 보관하는 등 마약을 밀수하고 유통하는 데 있어 대범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는 헬멧을 뚫고 안쪽에 필로폰을 넣어 베트남에서 밀수하거나, 마약이 담긴 성인용품을 매수자 신체에 넣는 수법으로 공항 입국장을 통과하게 하는 등 마약 유통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오늘(8일) 언론이 확보한 김 씨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그의 마약 밀수 수법, 국내에서 마약 보관 및 관리, 거래 방법이 소개됐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씨는 2021년 3월 22일 성명 불상의 국내 전달책을 통해 시가 1억 원 상당의 필로폰 404g을 비닐봉지 3개에 나눠 담아 서울 강남구 한 건물 남녀 화장실 대변기 칸에 보관했습니다. 같은 해 4월에는 안산시 단원구 한 빌딩 화장실 대변기 칸에 1,220여만 원 상당의 필로폰 49g을 비닐봉지에 담아 보관하도록 했습니다.
그는 이같이 보관한 필로폰을 전달책들을 통해 유통 및 판매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판결문으로 확인된 경찰 조사 내용을 보면 김 씨는 전달책 B씨에게 텔레그램으로 "오늘 새벽에 내가 좌표 주면 필로폰 50g을 찾아서 소분해서 뿌리라", "서울로 던지기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습니다.
당시 이미 경찰에 체포돼 수사에 협조 중이던 B씨를 통해 필로폰 보관 장소를 확인한 경찰은 서울 강남과 경기 안산 건물 화장실에 숨겨져 있던 필로폰을 수거했습니다. 필로폰은 각각 강남 건물 화장실 대변기 하단부와 안산 건물 화장실 천장에서 발견됐습니다.
김 씨는 비슷한 시기 베트남에서 다량의 필로폰을 일반 우편물인 것처럼 은닉해 항공특송화물로 발송하는 수법으로 밀수를 시도했습니다. 그가 1억 원 상당의 필로폰을 은닉할 때 사용한 건 헬멧이었습니다. 김씨는 액상 필로폰 411g을 헬멧에 넣어 우편물 박스에 포장하거나, 필로폰 170g을 투명 튜브 2개에 나눠 담아 헬멧 정수리 부분 안쪽에 테이프로 접착시켜 은닉했습니다.
그가 발송한 이 우편물들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모두 적발됐습니다.
김씨는 2019년 4월엔 필로폰을 판매하면서 알게 된 매수자 C씨와 공모해 필로폰 100g을 베트남에서 국내로 밀수했는데, 이때 사용한 은닉 수법은 C씨의 신체였습니다. 성인용품에 필로폰을 담은 뒤, 이를 C씨 신체 안에 넣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통과하게 한 것입니다. 김씨의 지시를 받은 C씨의 밀수는 성공한 듯 보였지만, 이후 C씨가 이를 국내에서 판매하려다가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려 덜미를 잡혔습니다.
↑ 당시 마약 공급 김모 씨 주거지 수색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김 씨는 수사기관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베트남에서 다수의 사람을 포섭하고 범행 수법을 달리해 마약류를 수입하거나 판매하는 등 조직적 또는 전문적으로 범행했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범행 내용과 기간 등에 비추어 실제 취득한 불법 수익금은 판시 기재 금액을 초과할 것으로도 보인다"며 "그는 상선으로서 이 사건 각 범행을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김 씨는 '동남아 3대 마약왕' 가운데 마지막으로 검거된 유통책입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향정),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대만·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씨는 징역 25년 및 8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6억 8,900여만 원 추징을 선고받았습니다.
'3대 마약왕' 중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로 불리던 박모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