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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훼손' 군 장교 우발 범행 주장에 전문가들 "치밀한 계획범죄"

기사입력 2024-11-06 09:34 l 최종수정 2024-11-06 10:08
"훼손·유기 과정서 계산적…사전 계획 가능성 있어"
"명예 실추·경력 단절 우려로 완전범죄 노려…사이코패스일 수도"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한 데 대해 일부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계획 범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화천 시신 훼손 유기 사건 피의자. / 사진=연합뉴스
↑ 화천 시신 훼손 유기 사건 피의자. /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살해 후 시신 훼손과 유기 과정에서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보인 치밀함 등을 들어 사전에 살인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소위 '엘리트 장교'라는 사회적 지위를 실추시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범행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했습니다.

◇ "말다툼 중 격분" 우발 범행이라지만…주도면밀한 은폐 행위


오늘(6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A(38)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에서 피해자 B(33)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6시간 뒤 시신을 훼손해 이튿날 오후 9시 40분쯤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습니다.

순순히 체포에 응한 A 씨는 경찰에 "B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살해했다"며 우발 범행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 씨가 이미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을 시신 훼손 장소로 고른 점과 지리감이 있는 지역에서 시체를 유기한 점 등 치밀한 범행 수법 등을 들어 미리 살인을 계획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상균 백석대 범죄수사학과 교수는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간 생각해 왔던 것으로 보여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피해자에 대한 살인을 일으킬 만한 동기가 이미 부여됐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B 씨 휴대전화로 직장과 가족, 지인에게 연락하며 B 씨 행세를 하거나 시신을 담은 봉투에 돌덩이까지 넣어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게 유기하는 등 두뇌 회전이 빠른데도 검거 당시에는 순순히 범행을 인정한 점 역시 이미 실익을 모두 따진 계획적 행동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전술을 짜거나 합리적 판단에 능한 '군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혐의를 부인해 죄질을 무겁게 만들어 중한 처벌을 받기보다는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선처를 구하는 행동이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자신이 범인임이 유력한 상황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건 오히려 나중의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거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화천 시신 훼손 유기 사건 피의자. / 사진=연합뉴스
↑ 화천 시신 훼손 유기 사건 피의자. / 사진=연합뉴스

◇ 완전범죄 노린 속내는…"명예 실추·경력 단절 우려"


잔혹한 범죄의 동기에도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A 씨의 '엘리트 장교'라는 사회적 지위가 범행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는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중령(진)으로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았습니다. 사이버사는 사이버전을 시행하는 국방부 직할 부대입니다.

전문가들은 엘리트 장교인 A 씨가 피해자와의 사이에서 일어난 일로 명예가 실추되거나 경력이 단절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급기야 피해자를 살해하고 그 흔적까지 모두 지워버리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의자의 신분을 살펴볼 때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일에 연루됐기 때문에 살인에 이르렀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며 "상해치사 혐의로 그쳤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체를 훼손하고 유기한 것은 본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내재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말다툼 자체는 범행의 동기가 될 수 없고, 갈등이 일어나게 된 경위가 사건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군 내에서는 어느 계급으로 제대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영향력이나 경제적 여건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승진에 대한 절박감과 경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강박 등이 복합적으로 범행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표창원 프로파일러도 "범행이 그대로 알려진다고 생각하니 경력이 끝날 것 같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두뇌 회전이 빠르고 전략을 세우거나 합리적 판단에 능한 직업적 특성을 가진 사람이다 보니 정신적 역량을 총동원해 증거 인멸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경찰에서는 아직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를 투입해 A 씨의 심리를 분석하지는 않고 있지만, A 씨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상균 교수는 A 씨가 잔인하면서도 내면적으로 침착하고 냉정한 심리를 보이는 데 주목했습니다.

김 교수는 "사이코패스 범죄는 낯선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도 하지만 안면이 있는 지인 등을 상대로 하기도 한다"며 "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이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보복감을 느끼는데, 그런 상황이 범죄의

요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수정 교수는 "범행 수법이 잔혹하기는 하지만, 사이코패스 판단의 근거가 될 만한 행동 양상은 보이지 않는다"며 "인지 능력이 뛰어난 만큼 완전범죄를 꾀하려고 범행했을 뿐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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