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시기부터 금융 이해"…사행적 투자 경험·부의 격차 심화 우려도
미성년자들의 주식 거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0년 '동학 개미의 운동' 이후 주식 투자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했고, 주식 투자 붐 영향으로 10대 '주린이'(주식+어린이)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미국 증권 시장의 랠리에 저금리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주식 투자자의 연령은 점점 더 어려졌습니다.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오늘(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키움증권의 미성년 고객 수는 5년 전보다 약 14배 늘어나 48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KB증권 역시 지난해 미성년 고객이 17만 명을 넘어, 4년 전에 비해 15배 증가했습니다.
'국민 주식' 삼성전자 주주 중 미성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주주의 8.38%에 해당하는 39만 1,869명이었습니다. 2019년 말과 비교하면 미성년 주주의 비중은 2.6배, 수는 21.4배 증가했습니다.
미성년자의 주식 투자가 늘어난 이유는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고, 유튜브 등을 통해 관련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4월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을 개편, 부모가 영업점 방문 없이 비대면으로 미성년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과거에는 부모들이 자녀 명의로 투자하거나 증여를 목적으로 개설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면, 근래에는 청소년이 스스로 주식에 투자해 자산을 관리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른 시기부터 금융을 이해하고 친숙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성년자가 처음부터 거액을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부모가 투자 접근 방법과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 적은 금액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위험은 높지 않고 교육적 측면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황 연구위원은 "가정의 역할이 큰데, 부모들이 투자에 대한 건전한 철학과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자녀에게 신중하게 교육해야 향후 여러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학교에서도 주식 등 생활 속 금융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현재 '경제' 과목은 고등학교에만 별도로 개설돼 있습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금융과 경제생활', '생애 설계와 자립' 등 실생활 중심의 경제교육 과목을 추가로 개설할 예정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문적인 경제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로 세금, 투자, 저축 등을 교육하고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직접 개설해보는 과정이 포함될 예정"이라며 "금융감독원과 금융교육단체 등 유관기관과도 교육 방향에 대해 지속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늘어난 기대 수명 속에서 평생의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며 "적어도 중학생부터는 저축과 절약의 중요성, 어떻게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지, 투자의 종류와 균형 등을 전반적인 체계를 갖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청소년들이 사행적인 투자를 경험해 경제관념이 왜곡되거나 부모 세대로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유한 가정에서 주식 투자를 먼저 접하는 경향은 있지만 합법적인 증여와 자산 운용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부모가 건전한 투자 방법과 자산 운용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