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만점자에 지방대학 권유했더니 반응은?

지난해 지역신문 칼럼 최근 온라인서 확산…"지방 차별 없애야"
누리꾼들 입장 엇갈려…"지방소멸 문제 학생에게 지라는 것 옳지 않아"

↑ 수능 성적표를 확인하는 수험생. / 사진 = 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이 단 한 명뿐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과거 수능 만점자에게 지방대학 진학을 권유했다가 무안을 당했다는 경험담이 온라인에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오늘(9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수능 만점자에게 지방대학을 권했다가 벌어진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시민 A 씨가 지난해 한 지역신문에 기고한 글로, 수능 성적 발표 이후 다시 화제에 올랐습니다.

A 씨는 이 글에서 "수능 만점을 받은 어느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과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그 학생은 고향 부산에 대한 애착이 상당했지만, 원하는 대학과 학과는 이미 정해진 듯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과 부모에게 "그러지 말고 부산대학교에 입학원서를 넣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다가 무안을 당했다고 합니다.

A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식사하던 일행들이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냐'고 비판했다"며 "학생도 '뜻밖의 제안'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못마땅했던 A 씨는 "수능 만점자가 지방대학에 가는 것이 과연 인생을 망치는 일인지는 지금도 납득되지 않는다"며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은 서울을 향한 우리의 열등 의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서울 이외를 뭉뚱그려 '지방'이라 부르는 데서도 깊은 차별이 배어 있다"면서 "서울은 늘 세련되고 앞서가며 지방은 늘 어리숙하고 투박하다는 식의 이분법이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 지방소멸 (PG) / 사진 = 연합뉴스

A 씨의 이러한 권유는 학생의 재능이 '평범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수능 만점자가 서울대에 진학하면) 부산도 아닌 그저 경상도에서 온 어느 유학생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며 "그러니 수능 만점자에게 지방대 진학을 권유한 본질은 경계를 뛰어넘는 리더가 되어 서울과 지방의 벽을 허물어 달라는 당부를 한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서울대에 진학해 서울에 뿌리 내려 개인의 꿈을 이루는 것도 소중하지만, 수능 만점이라는 그 특별한 재능을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활용해 달라는 뜻이었다"며 "수능 만점자가 지방에 남는 것이 대단한 이슈가 되지 않는 사회를 꿈꾸는 것이 잘못일 수는 없다"는 말로 글을 맺었습니다.

이 글은 A 씨가 5~6년 전 경험한 일을 쓴 것으로, 지난해 1월 부산의 한 지역신문 오피니언 칼럼에 최초 게재됐습니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찬반양론으로 갈렸으나 주로 A씨의 조언이 선을 넘은 것이라는 지적이 다수였습니다.

반대 입장의 누리꾼들은 "자기 자식이 수능 만점을 받았어도 그렇게 했겠냐", " 왜 남의 자식에게 '감 놔라 배 놔라'를 하느냐","지방소멸 문제를 왜 열심히 공부한 학생에게 지라고 하느냐"고 비판했으며 A 씨 글에 동의하는 일부 누리꾼들은 "지방소멸 가운데 충분히 고민해볼 만하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승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iuoooy3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