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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매독' 1명→5명 전파…한국도 위험하다" 내년 전수 감시 시작

기사입력 2023-11-30 08:56 l 최종수정 2023-11-30 09:18
주변국 발생 증가에 따른 선제 대응·선천성 매독의 퇴치 필요성
"고위험 성행위 피하고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 필요"

1기 매독 환자의 얼굴에 생긴 입술 궤양의 모습/사진=게티이미지뱅크
↑ 1기 매독 환자의 얼굴에 생긴 입술 궤양의 모습/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 성 매개 질환인 매독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27일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상황에 대해 "코로나19 이전에는 전염성 있는 1·2기 매독으로 대학병원에 진료를 의뢰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코로나 이후 간혹 있는 걸로 봐서 우리나라에서도 매독 감염이 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최 교수는 "매독이나 HIV(에이즈 원인 바이러스) 등 성 매개 감염병은 주변국 발생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면서 "성관계 파트너가 많거나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등 감염 고위험군은 국내뿐 아니라 주변국에도 성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보건당국의 보다 세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간한 주간 '건강과 질병'에 따르면 보건당국은 매독을 현재의 '표본 감시' 4급 감염병에서 3급 감염병으로 상향해 내년 1월부터 전수 감시를 시작합니다.

지금은 임질, 클라미디아감염증, 연성하감, 성기단순포진, 첨규콘딜롬,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감염증까지 6개 성매개병과 함께 병·의원 및 보건소 등 572곳의 지정된 표본 감시기관에서 신고(7일 내)받도록 돼 있습니다.

반면 전수 감시 대상인 1~3급 감염병은 모든 의료기관이 발생 즉시 혹은 24시간 안에 관할 보건소에 의무 신고해야 합니다.

질병청은 매독 신고(1·2기, 선천성 매독)가 표본 감시로 전환된 2020년 354건, 2021년 337건, 2022년 401건, 올해 10월 기준 342건으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매독 환자 진료 현황을 보면 같은 기간 1만 7047명, 1만 7394명, 1만 7833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입니다.

질병청의 표본 감시 기관은 한정적이고 감시 기간도 코로나19 대유행과 겹쳐 발생의 증감 추이를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국회는 지난 8월 감염병 예방·관리법을 개정해 매독을 전수 감시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질병청이 밝힌 전수 감시 전환 배경 중 하나는 주변국 발생 증가에 따른 선제 대응입니다.

매독을 전수 감시 중인 일본, 대만, 중국은 최근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일본은 현행 조사 방식 도입 1999년 이후 처음 매독 진단자가 1만 2966명으로 1만 명을 넘었고 올해도 지난 9월 벌써 1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데이팅 앱으로 만난 상대와의 성관계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한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5명의 여성이 한꺼번에 매독에 걸린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이들은 모두 2022년 3월부터 7월까지 동일한 남성과 성관계를 맺었고 이 중 3명은 남성을 온라인에서 만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5명의 여성은 눈이 빨갛게 변한 증상을 겪었고 안구 매독을 진단받았습니다.

이들에게서 나타난 증상은 시야 흐림, 복시(1개의 물체가 2개로 보이는 증상), 비문증(눈 앞에 먼지나 날파리 등 부유물이 떠다니는 듯한 현상), 두통, 눈부심, 피부 발진, 생식기 쓰라림 등이었습니다.

안구 매독은 매독이 진행되는 어느 단계에서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신경 매독(매독균에 의해 뇌, 수막, 척수가 감염되어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후군)에 감염된 사람의 약 1~5%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됩니다.

안구 매독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일부 시력상실이나 심한 경우 실명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전수 감시 전환의 또 다른 배경은 최근 미국에서 사회 문제로 부상한 선천성 매독의 퇴치 필요성입니다.

국내에선 산전 검사로 선천성 매독을 대부분 조기 발견하고 있으나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선천성 매독 표본 감시 보고 건수는 2020년 3건, 2021년 1건, 2022년 7건, 올해 10월 기준 4건입니다.

매독 감염 임신부의 태아는 조·사산 위험이 크고 출생 후에도 청력 상실, 뇌수종, 시신경 위축, 정신지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매독은 장기간 전파가 가능하고 조기 치료하지 않을 경우 심장혈관·신경 매독 등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최 교수는 "모든 성병이 그렇듯 매독 또한 고위험 성행위를 피하고 진단 후에는 신경 매독 등 치료가 어

려운 단계로 넘어가지 않도록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질병청은 기존 1·2기, 선천성 매독에 더해 전파 가능성이 있는 '조기 잠복 매독(증상은 없지만, 혈액검사에서 양성)'과 중증 질환으로 진행되는 3기 매독까지 포함해 모두 5가지를 의무 신고 대상에 포함할 예정입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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