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광 소독 역시 효과 제한적
↑ 빈대(베드버그) 박멸을 위한 방역 소독 모습 / 사진=연합뉴스 |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이 빈대 출몰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시민들이 빈대 퇴치법 등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셀프 방역에 나섰습니다.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18개 구에서 빈대가 발견됐고, 대구의 대학 기숙사나 인천 지역의 찜질방 등에서도 빈대가 발견됐습니다. 빈대는 감염병을 옮기진 않지만 모기보다 훨씬 심한 가려움을 일으킵니다.
시민들은 소셜미디어에 ‘빈대 퇴치법’, ‘빈대 죽이는 법’ 등의 글을 공유하며 스스로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평범한 살충제만으로는 박멸하기 어렵다 보니 각종 관련 정보도 상당수 올라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잘못된 퇴치법 또한 넓게 퍼지면서 혼란이 야기됐습니다. 규조토 분말이 대표적인데, 이는 단세포 미세 조류인 규조류의 외피가 바다나 호수 바닥에 퇴적돼 형성된 다공질의 흙입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규조토 가루를 적고 얇게 침대나 주변 가구에 뿌리면 된다”고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위험한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흡입된 규조토 입자는 기관지나 폐 조직 등에 축적되어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일정 기준치 이상 노출되면 규폐증(규사 등의 먼지가 폐에 흉터를 남기는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시혁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는 “빈대나 해충 방지용으로 사용되는 규조토 분말은 굉장히 날카로워 사람의 피부 닿거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가면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보고가 있어 권장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일광 소독 역시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햇볕이 뜨거운 한 여름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날이 선선한 지금은 효과가 없다”고 전했고, 엄훈식 한국방역협회 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시 "빈대 알은 건조한 조건을 잘 견딜 수 있어 완전한 박멸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빈대 퇴치를 위한 대책으로 침대 매트리스나 커버 등을 진공청소기로 청소한 뒤 스팀다리미를 이용해 고온의 스팀을 지속적으로 쬐는 물리적 방법을 추천했습니다.
살충제를 물리적 방제와 병행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는데, 이시혁 교수는 “환경부가 허가한 살충제 중에 비(非) 피레스로이드 계통의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빈대 출몰 지역이 확산되자 정부는 지난 3일 빈대 퇴출을 위한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까지 출범시킨 상태입니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10개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이 기구에서는 빈대 방제 추진 현황과 효과적인 빈대 방제, 확산 방지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