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종이컵 유독물질 마신 직원, 110일째 의식불명…동료 검찰 송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검찰 송치
회사 법인,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 적용

↑ 종이컵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습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 사무실 책상 위 종이컵에 담긴 유독물질을 물인 줄 알고 마신 직원이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 관련, 경찰이 회사 관계자들을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습니다.

경기 동두천경찰서는 오늘(15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직장 동료 A 씨와 해당 회사 공장장 B 씨, 안전관리자 C 씨 등 3명을 내일 불구속 송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6월 28일 오후 4시쯤 경기 동두천시의 한 중견기업에서 D 씨는 광학렌즈 관련 물질을 검사하던 중 책상 위에 올려진 종이컵에 담긴 액체를 물인 줄 알고 의심 없이 마셨습니다.

하지만 종이컵에 담긴 액체는 동료 A 씨가 검사를 위해 따라 놓은 불산이 포함된 무색의 유독성 용액이었습니다. 불산은 주로 세척제로 사용됩니다.

D 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몸 안에 있는 유독성 용액을 빼내기 위해 인공심폐장치(에크모·ECMO)를 달고 투석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후 맥박과 호흡은 안정을 찾았지만 아직 뇌사 상태에 빠져 11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관계자들을 상대로 고의성과 과실 여부 등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경찰은 사건 관련자들이 D 씨를 해치려고 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회사 측 관계자들도 피해자가 유독물질을 마시게 된 경위에 대해 “고의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형법에 따르면 업무상과실치상은 법인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며 “법인에 책임을 물기 위해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수사를 마쳤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유독물질을 따로 표시하거나 일정한 용기에 담지 않은 점 등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을 확인해 회사 법인에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