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9일)는 577돌 한글날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글 한 자 없이 외국어로만 된 간판이 많다는 지적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뭔가 봤더니 유명무실한 규정 탓이었습니다.
박혜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남녀노소가 즐겨찾는 서울 용산의 한 거리.
영어로 된 간판은 기본이고, 제대로 읽기도 어려운 외국어 간판이 줄지어 있습니다.
▶ 스탠딩 : 박혜빈 / 기자
- "500m 내 30여 곳의 가게를 둘러봤더니 22곳이 영어로만 간판을 표기했고, 8곳은 일본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으로만 간판을 표기했습니다."
서울 성수동과 압구정 가로수길은 물론 직장인들이 많은 여의도도 마찬가지입니다.
▶ 인터뷰 : 김병훈 / 서울 청파동
- "영어 간판 말고도 다른 외국어 간판들이 있어서 알아보기도 좀 힘들고, 최근에 너무 많이 늘어난 감이 있어서 복잡해 보이는 것 같아요."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간판은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시해야 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외국어와 한글을 나란히 적어야 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는 예외 사례가 너무 많은 게 문제입니다.
▶ 인터뷰(☎) : 이헌욱 / 한국옥외광고센터 과장
- "특별한 사유로 외국어만 쓸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표 등록이 외국어로 등록된 경우에는 외국 문자로 할 수 있도록 정해놓은 규정이거든요."
게다가 3층 이하의 건물이나 5제곱미터 미만의 작은 간판은 아무런 제한도 받지 않는 예외 대상에 속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가게 주인들은 이런 규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 인터뷰 : 외국어 간판 가게 주인
- "저희는 몰랐어요. (구청 안내는) 따로 아직까지는 없었어요. 오픈한지 얼마 안 돼서."
특히 과태료 등 처벌 기준이 모호해 단속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관할 구청 관계자
- "(시정 명령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는 않고 과태료가 따로 있지는 않아 가지고…."
사실상 사문화되다시피 한 외국어 간판 규정,
번화가 거리의 간판이나 건물 이름을 점령한 외국어 홍수 속에 우리 한글이 홀대받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혜빈입니다.
[park.hyebin@mbn.co.kr]
영상취재 : 김현우 기자, 김태형 기자
영상편집 : 송지영
그래픽 : 송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