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전쟁을 피해 탈출한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은 3년 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MBN 취재진이 다가오는 우크라 전쟁 3주기를 맞이하여 전쟁의 깊은 상처를 안고 한국에 온 이들을 이상협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기자 】
전쟁이 일어난 지 8개월 만에 힘겹게 한국으로 피란 온 김 잔나 씨가 고려인 남편 김 막심 씨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 인터뷰 : 김 잔나 / 우크라이나 피란민
- "제가 아시아인이 이상형이었어요. 막심이라는 이름도 제가 좋아하는 이름이어서 남편이 좋았어요."
잔나 씨는 남편과 함께 탈출하려고 했지만, 병역 대상인 남편이 2차 심사에 걸려 결국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포상금을 노린 이웃의 신고로 강제 징집당한 뒤 북한군과 교전으로 유명해진 쿠르스크전에서 최악의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 인터뷰 : 김 잔나 / 우크라이나 피란민
- "야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주버님한테 남편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믿을 수 없었어요."
고국에서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 남편의 관을 감쌌던 국기와 두 아이만 남아 앞으로가 막막하지만, 아이만은 안전한 한국에서 교육하고 싶다는 희망만을 품고 살고 있습니다.
다른 우크라이나 피란민은 전쟁이 끝나지 않아도 고향 땅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 인터뷰 : 강 나타샤 / 우크라이나 피란민
- "매일 고향의 집 생각이 나죠. 우크라이나에 있는 막내아들은 아직 전쟁 중이라 오지 말래요. 가고 싶어도 (몰래 떠날까 봐) 자식들이 여권을 갖고 있어요."
고향에서 운영하던 큰 농장의 흙냄새가 매일 아른거리는데, 특히 고향에 묻힌 남편이 생각날 때면 향수병이 더 심해집니다.
▶ 인터뷰 : 강 나타샤 / 우크라이나 피란민
- "자식들은 이해 못 하지만 고향에서 죽어서 남편 옆에 묻히고 싶어요. 전쟁이 안 끝나도 돌아가고 싶어요."
종전 협상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고향을 잃은 피란민들의 눈물이 그치려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MBN뉴스 이상협입니다. [lee.sanghyub@mbn.co.kr]
영상취재 : 김현석 기자
영상편집 : 김상진
그 래 픽 : 송지수 염하연
촬영협조 : 사단법인 너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