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왕실 문장 변경…그린란드 눈독 들이는 트럼프 견제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주장에 대한 조치
덴마크, 네 번째 왕실 문장 개정

↑ 덴마크 왕실 문장 변경 전(왼쪽)·후 왼쪽 아랫쪽에 북극곰과 숫양이 새 문장에서 더욱 강조돼 표현됐다. 북극곰은 그린란드를, 숫양은 페로제도를 상징한다. / 사진 = 덴마크 왕실 홈페이지 캡처

덴마크 국왕이 자치령이 그린란드와 페로제도를 강조한 새 왕실 문장을 현지 시각으로 오늘(6일) 공개했습니다. 이번 변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그린란드 매입 주장에 대응한 조치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덴마크 왕실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작년 12월 20일 새 왕실 문장을 제정했고, 이에 상응해 새 왕실 깃발을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문장에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의 연합체였던 '칼마르 동맹'을 상징하는 세 개의 삭제됐으며, 대신 그린란드를 상징하는 북극곰이 강조되었고 페로제도를 나타내는 숫양도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왕실은 이번 변경이 프레데릭 10세 국왕의 즉위 후 구성된 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며, 칼마르 동맹은 더 이상 현대 덴마크와 관련이 없어 해당 상징을 제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덴마크 왕실 문장 변경은 1819년 이후 네 번째로, 과거 1903년, 1948년, 1972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개정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문장 변경이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매입 주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2일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국가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6일에도 “그린란드가 미국의 일부가 된다면 그곳 주민들은 엄청난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강조하는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게시했습니다.

그는 첫 임기였던 2019년 이후 꾸준히 그린란드 매입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령 자치구로, 2009년 독립 권리를 부여받았으나 국방과 외교는 여전히 덴마크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천연자원, 특히 희토류 광물의 풍부함과 북극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그린란드는 미국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요충지로 평가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 이후 프레데릭 10세는 덴마크의 그린란드 소유권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국왕은 올해 초 연설에서 “덴마크 왕국은 단결돼 있으며, 슐레스비히의 덴마크 소수 민족부터 그린란드까지 모두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덴마크 왕실 전문가 라르스 호브바케 쉬렌센은 이번 문장 변경에 대해 “북극 지역에 대한 프레데릭 10세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자, 덴마크 왕국에 속한 자치령이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세계에 명확히 알리는 메시지”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덴마크 현지 방송 TV2에서 “그린란드와 페로제도가 덴마크 왕국의 일부라는 점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유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t59026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