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자 김주혜 / 사진=연합뉴스 |
러시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을 받은 한인 작가 김주혜(37)는 "한국인들의 깊고 뜨거운 영혼이 한국 문학의 힘이 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습니다.
김주혜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로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과 같은 날로, 한국 문학계에 또 하나의 경사였습니다.
그는 "선배이시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의 옆에서 거론되는 것 자체로 굉장한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K문학이 세계에서 통하기 시작했다'는 언론들의 평가에 공감한다며 "작가 개개인의 실력이나 업적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문학번역원 등 국가적 지원에 더해 문화 전체적으로 한국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일궈낸 쾌거"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작가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한국 문학은 그 자체로 세계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며 "한국 문학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범위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이 깊고, 깊고 뜨거운 영혼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 소설의 캐릭터는 입체적이다. 아주 선하지도, 아주 악하지도 않은 진정한 인간을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들은 악한 인간도 끝까지 지켜보며 사랑하게 되고 연민하게 된다"며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의 고통을 내가 느끼도록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문학의 힘"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주혜는 1987년 인천에서 태어나 9세에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은 매우 정확한 표현"이라면서도 "나는 나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서 투쟁한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풀어낸 소설입니다. 독립운동가였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기억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입니다.
↑ 김주혜 작가 / 사진=연합뉴스 |
김주혜는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폭력, 가난, 기아, 환경파괴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의 독립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현대를 절망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더 막막한 시대, 생존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타심과 용기, 사랑을 잃지 않고 독립을 이뤄냈다"며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김주혜는 한국 역사를 알린 소설이 러시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뜻깊다고 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소설의 최고봉'이라 생각하는 '안나 카레니나'의 작가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 재단에서 수여하는 상이어서 더욱더 영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안나 카레니나를 여러 번 읽었다. 글을 쓰다가 흐트러진다는 생각이 들면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따라 썼다"며 톨스토이의 책을 보며 작문을 익혔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러시아와 한국의 감수성에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 문학도 인도주의적, 인간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 김주혜와 번역가 키릴 바티긴 / 사진=연합뉴스 |
톨스토이상 심사위원 파벨 바신스키는 시상식에서 김주혜를 러시아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안톤 체호프, '닥터 지바고'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비교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주혜는 "과찬을 받았다"며 "앞으로 그에 걸맞은 글을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차기작 발표를 앞두
그는 "내가 책 속에서 묘사한 러시아의 모습을 지금 모스크바에서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웃었습니다.
[김가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gghh7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