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정하면 선거 승복” vs 바이든 “받아들일지 의문”
응답자 57% “바이든 나라 이끌 능력 없어 보여”
↑ (왼쪽부터) 27일(현지시간) 밤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방송 스튜디오에서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 후보 TV토론을 하고 있는 바이든 미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 사진=AP 연합뉴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년 만에 TV 토론에 나선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평가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27일(현지 시각) 동부 시간 기준 오후 9시(한국시간 28일 오전 10시),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간 토론이 약 90분간 진행됐습니다. 경제와 낙태, 불법 이민, 외교, 민주주의, 기후변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폭넓은 주제로 격돌했습니다.
두 후보는 악수 없이 토론을 시작했으며, 가장 먼저 경제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바이든은 ‘트럼프 전 대통령 때보다 경제가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라는 사회자 질문을 받고 “트럼프가 나에게 무엇을 남겨줬는지를 봐야 한다”며 “우리는 추락하는 경제를 넘겨받았고 (코로나19) 팬데믹을 너무 부실하게 대응해 많은 사람이 죽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트럼프는 “우리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경제를 갖고 있었고 그렇게 잘했던 적이 없었다”며 “그는(바이든) 잘하지 못했고 인플레이션이 우리나라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임 시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일괄 추가하겠다고 밝힌 트럼프는 ‘해당 조치에 따른 물가 상승을 어떻게 막느냐’는 질문에 “가격을 더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년 간 우리를 벗겨 먹던 중국과 같은 나라들에게 공정함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관세를 올릴 것이고, 중산층 세금을 올릴 것”이라며 “미국으로 오는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것인데, 이는 연평균 2500달러(약 345만 원) 이상을 음식 등에 더 지불하도록 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27일(현지시간) 밤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방송 스튜디오에서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 후보 TV토론을 하고 있는 바이든 미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 사진=AFP 연합뉴스 |
두 후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극명하게 대립했습니다.
트럼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언급하며 “미국에 올 때마다 600억 달러(약 82조 원)를 받아 간다. 그는 최고의 세일즈맨”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젤렌스키 간에 전쟁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해법은 내놓지 못했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지금까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소유하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으면 전쟁을 끝내겠다는 러시아의 제안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바이든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로 멈추지 않고 나토 다른 회원국을 위협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이 미국과 세계 안보에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50개 다른 국가가 우크라를 지원하는데 그들은 이게 전 세계의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 TV토론서 발언하는 바이든 대통령. / 사진=AP 연합뉴스 |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중동 전쟁은 바이든 재임 기간 안에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이나 중국 지도부인 시진핑 주석, 푸틴 등은 그를 존중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양반(바이든)과는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가장 강력하고 앞서나가는 나라를 만들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브레터를 주고받는다고 한 김정은이나 푸틴은 미국에 맞서지 못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대선 결과 승복 여부에 대해 트럼프는 “공정한 선거라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애초 트럼프는 해당 질문을 받고 앞서 토론한 러시아 문제 등에 대해 동문서답식 답변을 장황하게 이어가다, ‘네, 아니오’로 답해 달라는 사회자 압박에 이같이 밝혔습니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끔찍하게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면 다시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는 아마도 기소도, 어떤 정치적 보복도 없이 다른 장소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이것(형사 기소)이야말로 그가 생각하기에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자신에 대한 형사 기소 4건이 선거 출마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선거 사기 주장에는 어떤 증거도 없다”며 “당신은 투덜이(whiner)이기 때문에, 당신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 TV토론서 발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 사진=AP 연합뉴스 |
미국 언론은 이번 토론 성적이 대선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는 가운데, 현지 매체는 이번 토론에서 트럼프가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이날 CNN이 토론을 지켜본 유권자 565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67%가 트럼프를 토론 승자로 꼽았고, 바이든을 승자로 꼽은 응답자는 33%에 그쳤습니다.
응답자의 57%는 ‘바이든은 나라를 이끌 능력이 없어 보인다’고 답했고, 44%는 ‘트럼프가 나라를 이끌 능력이 없어 보인다’
바이든은 지난 3월 국정연설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목소리로 토론에 응했고, 여러 번 목을 가다듬거나 기침을 했습니다. 반면 끼어들기로 상대방의 말을 자주 끊었던 트럼프는 4년 전 토론 때보다 덜 격앙되고 차분한 모습을 보이며 토론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