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이제는 결혼생활의 ‘선택 옵션’이 되다!
이혼한 스타들의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금
인간이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5위는 결혼 혹은 해고다. 4위는 교도소 수감, 3위가 배우자와의 별거이다. 2위가 스트레스 지수 역시 75인 이혼으로, 1위인 배우자 혹은 직계 가족의 죽음 다음으로 높다. 요즘, 이 이혼이 ‘주제와 소재’로서 우리 곁으로 왔다. 바로 방송이다. TV에서는 각종 이혼을 주제,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거의 매일 방송된다. 이혼은 이제 ‘숨어 있는, 혹은 숨겨야 되는 단어’가 아니다. 금기의 단어에서 우리 이웃 혹은 나의 이야기로 떠올랐다.
이 정도면 가히 바야흐로 ‘이혼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에서는 이혼을 주제, 혹은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한 달에 한 개씩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9년 OECD 회원국 중 이혼율 9위, 아시아 1위를 찍었다. SBS 드라마 ‘굿파트너’를 집필한 최유나 이혼 전문 변호사는 얼마 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체감상 무려 35%’라고 말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2021년 517명에서 2024년 851명으로 무려 64%나 증가했다는 대한변호사협회의 통계 역시 이혼이 많아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여성은 40대 초반이 1만 6,000건 16.8%, 40대 후반 1만 4,000건 15.2%, 50대 초반 1만 3,000건 14.2%이다. 연령별 이혼율은 40대 후반이 가장 높았다. 또 이혼 부부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이혼은 4만 건으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또 협의이혼은 7만 2,000건, 재판이혼은 2만 건으로 나왔다. 이혼 사유에서 가장 많은 것은 무엇일까. 보통 배우자의 부정과 불륜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2016년 통계청 조사에서 이혼 사유 1위는 성격 차이 45.2%였다. 배우자의 부정은 7%, 경제문제 10.2%, 가족 간의 불화 7.4%, 정신적, 육체적 학대 3.6%, 건강 문제가 0.6%였다.
부부 모두, 혹은 어느 일방의 인내와 참을성만을 강요하는 결혼생활, 소통과 대화의 부재로 그저 형식상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 상의 없이 큰돈을 투자해 결국 감당할 수 없는 빚이 생기는 경제적 파탄, 한 명도 아닌 여러 명과의 상습적인 불륜을 저지르는 것 등등의 상황에서 ‘그저 참고 살면 좋은 날이 온다’는 말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공허한 말일 뿐이다.
세기의 이혼, 104조 원의 재산분할
2024년 5월 30일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에서 한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다. 이날 재판부는 1심 재산분할액 665억 원과 비교해 20배나 뛴 1조 3,808억 1,700만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선고했다. 이처럼 재산분할액이 증가한 것은 노 관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약 343억 원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전달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1992년 증권사 인수, 1994년 SK 주식 매입 등에 사용됐다는 이른바 ‘부친의 비자금’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최 회장 측은 SK그룹에 비자금이 유입된 적이 없으며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도 확인된 사실이고, 오히려 ‘대통령 사돈 기업’이라는 것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2021년 당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빌 게이츠의 순자산은 약 1,520억 달러 약 210조 원으로 세계 5위였다. 이때 빌 게이츠 부부가 이혼했는데 빌 게이츠가 멜린다 프렌치에게 지급한 금액만 760억 달러 한화로 약 104조 8,800억 원이었다. 2019년에도 비싼 이혼이 있었다. 바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로 그는 24년간 결혼생활을 한 아내 매켄지 스콧에서 당시 아마존 주식 4%인 1,970만 주를 주었다. 이는 약 357억 달러 약 43조 원의 거액이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2023년 아내 니콜 섀니핸과 이혼했는데 「포브스」는 섀너핸의 재산이 최소 3억 6,0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서 최대 10억 달러(1조 3,300억 원)로 늘었을 것이라 추정했다.
2010년에 이혼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역시 아내 엘린 노르데그린에게 약 7억 5,000만 달러(약 9,800억 원)를 지급했다. 이 밖에 1989년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에이미 어빙과 이혼하면서 1억 달러(1,300억 원),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후아니타 바노이와 2006년 이혼하면서 1억 6,800만 달러(2,250억 원), 언론 황제 루버트 머독은 안나 토르브와 1999년 이혼하면서 17억 달러(2조 2,700억 원)를 지급했다. 또 세계적인 래퍼인 카니에 웨스트는 킴 카다시안과 이혼할 당시 202
며칠 전에 만난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아내가 매일 이혼하고 싶다고 아주 경을 읊어. 그런데 지금 못한다네, 왜냐구? 내가 돈이 너무 없어서 이혼해도 받을 게 한 푼도 없는 게 이유래. 이걸 좋아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이혼도 돈이 있어야 하는 세상이 된 걸까.
[글 권이현(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4호(24.11.1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