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과장’ 아닌 ‘OO님’의 시대 『시대예보: 호명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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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예보: 호명사회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 펴냄 |
날씨를 알려주는 일기 예보처럼 삶을 대비하기 위한 더 큰 호흡을 알려주는 시대 예보 시리즈. 시대의 마음을 캐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송길영이 지난해 ‘핵개인의 시대’에 이어 두 번째 펴낸 시대 예보 키워드는 바로 ‘호명사회’다. 그는 길어진 생애, 늘지 않는 정년, 무섭게 발전하는 기술 시대에는 회사의 간판과 직함이 보장해 주던 것들이 사라지고, 이제 ‘나보다 내 직업이 먼저 죽는 시대’가 온다고 예견한다. 이에 따라 김 대리, 박 과장 같은 직책이나 직함, 누군가의 부모나 자식이 아닌, 서로를 ‘OO님’으로 부르는 ‘호명사회’가 온다는 것. 유치원 의대 준비반이 생겨나는 수준의 경쟁 인플레이션 시대에 저자는 우리가 먹고 사는 방법은 자기만의 일을 하며 ‘내 이름’을 찾는 것이라 말한다.
책 속에는 유치원 의대 준비반, 열정의 가치 폭락 등 문제시 되는 현재를 짚어보고, 동시에 없어지지 않을 직업들, 서로의 적절한 거리를 지키는 느슨한 연대감, 읽는 행위를 다시 힙하게 받아들이는 텍스트힙 등의 키워드로 ‘호명사회’를 예보하고 있다. 자신이 한 일을 책임지고 온전히 자신이 한 일에 보상을 받는 호명사회에서는 ‘나의 이름’을 찾기 위해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답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내가 교류해 온 사람들의 교집합이 곧 ‘나’입니다. 그리고 내가 남긴 글이 ‘나’입니다. 내가 좋아해서 시간과 열정을 쏟았던 일들이 ‘나’입니다. 내가 남긴 나의 모든 흔적이 바로 ‘나’입니다.”( - 『시대예보: 호명사회』 본문 中)
『시밥을 지으며』
시인의 마음으로 지은 따뜻한 시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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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밥을 지으며 진선미 지음 / 사도행전 펴냄 |
첫 시집에 ‘시밥을 지으며’라는 제목을 단 시인은 아마도 삶이 고단한 이들에게 따스한 시로 지은 밥을 지어 먹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시밥을 지으며』는 상담심리치료를 연구하고, 20년간 교육학자로 살아온 진선미 시인의 첫 시집이다. 시집에는 이름 모를 들풀부터 복잡다단한 인생사까지 모든 것을 사랑의 마음으로 품으며 삶을 노래하는 100여 편의 시가 곱고 정갈하게 담겨 있다.
1장 ‘사계절 산책’에선 사계절의 변화와 삶의 이모저모를, 2장 ‘일상에 쉼표를’에선 오늘이란 시공간 안에서 받은 선물을 반추해 보며, 3장은 ‘자연 예찬’이란 주제로 캠핑과 여행, 산행을 하며 느낀 것을 풀어내고 있다. 4장 ‘사람꽃이 피었네’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파생되는 이야기와 사색을 통해 ‘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포착했으며, 5장 ‘시밥을
짓다’에서는 창작의 기쁨과 이별의 아픔, 마음여행을 그려냈다.
저자가 직접 그린 파스텔 톤의 삽화가 시와 잘 어우러져 있다. 시인이 가슴 속에서 뜸들인 시밥으로 차린 갓 차린 밥상은 쌀쌀해지는 가을에 읽기 딱 좋을 만큼 따스하게 다가온다.
[ 글 박찬은 기자 Photo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4호(24.11.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