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형 로봇 ‘로즈’와 아기 기러기 ‘브라이트빌’의 특별한 관계와 이들의 가슴 벅찬 여정이 피터 브라운의 따스한 그림을 따라 흐른다. ‘쿵푸팬더’, ‘장화 신은 고양이’ 등을 만들어온 드림웍스 30주년 기념작이다. 초반의 스펙터클한 여정과 후반의 감동이 경이로운 대조를 이루는 작품이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진 유니버설픽쳐스)
우연한 사고로 거대한 야생에 불시착한 로봇 ‘로즈’는 주변 동물들의 행동을 배우며 낯선 환경 속에 적응해 가던 중, 사고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기 기러기 ‘브라이트빌’의 보호자가 된다. 알에서 깨어난 후 눈을 뜨자마자 처음 마주한 로봇인 로즈를 엄마로 여기게 된 것. 로즈는 입력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역할과 관계에 낯선 감정을 마주하고, 겨울이 오기 전에 남쪽으로 떠나야 하는 브라이트빌을 위해 이주를 위한 생존 기술을 가르쳐준다. 종의 특성에 따라 겨울이 오면 다른 기러기들과 함께 떠나야 하기 때문. 그러나 다른 기러기들보다 연약하게 태어난 브라이트빌은 짧은 비행도 힘겨워 한다.
영화 ‘와일드 로봇’은 우연한 사고로 거대한 야생에 불시착한 로봇 ‘로즈’가 홀로 남겨진 아기 기러기 ‘브라이트빌’의 보호자가 된 후, 세상에 없던 특별한 관계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감성 어드벤처물이다. ‘애니메이션계의 칸 영화제’로 불리는 제48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기립박수를 끌어내고, 토론토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에서도 애니메이션으로는 유일하게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됐다.
↑ (사진 유니버설픽쳐스)
아동 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칼데콧 상을 수상한 피터 브라운의 첫 어린이 소설 『와일드 로봇』이 원작으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아마존 올해의 책에 선정된 원작을 ‘드래곤 길들이기’의 크리스 샌더슨 감독이 영화화했다. 그는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과 그림체를 앞세워 로봇 로즈, 아기 기러기 브라이트빌, 츤데레 여우 핑크 등 사랑스러운 동물 캐릭터와 동화 같은 비주얼을 완성시켰다.
섬에 불시착한 로즈가 야생 섬의 환경과 동물들에게 쫓기는 초반 액션은 생각보다 스펙터클하다. 흡인력 강한 탄탄한 서사와 피터 브라운 특유의 그림체만으로도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지만 사람보다 더 나은 로봇과 동물들이 나누는 케미는 사람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처음에는 공격하고 반목하던 동물들이 로즈의 영향을 받아 ‘상생’을 도모하고, 임무 완수에만 관심 있던 로즈가 브라이트빌이 헤엄과 날갯짓을 배워 나가는 과정에서 사
랑과 성장에 한 걸음 다가가는 장면은 인간 세계로 대입해보아도 충분히 교감할 만하다. 러닝타임 102분.
[글 최재민 사진 유니버설픽쳐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3호(24.11.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