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제목은 '안녕히 계세요'…조연 배우 인생 말하며 포기 말라는 메시지 남겨
↑ 함께 예능 출연한 김수미와 며느리 서효림/사진=연합뉴스 |
"사람들이 '욕 한 번 해주세요' 할 때마다 사실 속으로는 굉장히 싫어하셨다. 그만큼 너무 여린 엄마였다."
며느리 서효림은 시어머니를 줄곧 '엄마'로 불렀습니다.
그는 "최근에 엄마가 회사 일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고 힘들어하셨던 건 사실이다. 그럴 때 제가 '엄마, 우리 여배우끼리 얘기해보자.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되지. 우리가 쓰러져도 무대에서 쓰러져야지'라 했고, 엄마가 '마음은 나도 너무 같은데 몸이 안 따라준다'고 하셨다"라고 회상했습니다.
서효림은 고인이 대중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마음이 여린 사람이라 설명했습니다. 특히 김수미에게 요리는 삶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진심이었습니다.
'일용 엄니'로만 평생 불려 오다 자신의 손맛을 내건 예능 '수미네 반찬'으로 뒤늦게 인생 2막이 시작됐을 때 "늘 '욕쟁이 할머니'로만 불려 왔는데 요새 내가 '선생님' 소리를 들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라며 활짝 웃곤 했다고 서효림은 전했습니다.
실제로 아들 정명호 나팔꽃F&B 이사와 서효림의 딸인 손녀 조이가 태어났을 때도 그는 가장 먼저 이유식 책을 발간했고, 첫날 조문객으로 온 사람들 역시 입을 모아 "선생님이 때마다 챙겨주신 음식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서효림은 "조문 와주신 분들 모두 '황망하다', '어제도 통화했는데', '사흘 후에 보기로 했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셨다"며 "늘 동료와 후배, 그중에서도 잘 풀리지 않는 사람들을 먼저 챙기셨다. 음식 한 번 안 받아본 분들이 없더라"고 말했습니다.
김수미가 아들에게 해준 마지막 요리는 풀치조림이었습니다.
정 이사는 "엄마가 가장 잘하는 음식이었고, 최근에 생각나서 해달라고 졸랐더니 '힘들어서 못 해'라고 하시고는 다음 날 바로 만들어서 집에 보내주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풀치조림을 가장 잘 먹었는데, 효림이는 뭐든 잘 먹고 또 많이 먹어서 엄마가 더 예뻐하셨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홈쇼핑 출연 영상으로 건강 이상설이 불거지기도 했던 김수미는 활동에 대한 애착을 놓지 않으면서도 간간이 삶을 정리 중이었던 것 같다고 정 이사는 전했습니다.
그는 "엄마가 워낙 글 쓰는 걸 좋아하시는데, 집에 가서 보니 손으로 써둔 원고들이 꽤 많았다. 책 제목도 미리 정해두셨는데 '안녕히 계세요'였다. 은퇴 후 음식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정 이사는 이어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후배들을 향해 '나도 평생 조연으로 살았던 배우로서 말해주고 싶다. 지금 힘들고 슬럼프가 있더라도 이 바닥은 버티면 언젠가 되니 중간에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남겼다"고 밝혔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