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의 발에는 ‘며느리발톱’이라는 게 있다. 이름은 발톱이지만 발끝이 아니라 발 안쪽 옆면에 붙어 있는데,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을 할까 싶게 그 위치와 생김이 요상하다. 역할 없이 자라기만 하니 관리하기 편하자고 수술로 없애기도 하는데, 그릇된 결정일 수 있다.
오래 전 개의 조상인 늑대들이 나무를 탈 때 썼다는 며느리발톱은 나무 탈 일이 없는 요즘의 개에게는 필요가 거의 없어지면서 퇴화했다. 하지만 완전히 무쓸모는 아니어서 여전히 며느리발톱을 잘 사용하는 개들이 있다. 산악 지대에 살거나 빙판 지역에 사는 개들이다. 그들은 며느리발톱으로 돌이나 얼음을 지지해 미끄러지지 않고 원활히 움직인다.
도시에 사는 요즘의 개도 며느리발톱을 사용하는 순간이 있다. 개가 달릴 때는 앞발이 안쪽으로 구부러지는데, 이때 며느리발톱이 땅에 닿으면 개는 다리가 더 이상 구부러지지 않도록 조절한다. 몸이 땅에 부딪히지 않게 하는 지표인 셈이다. 또 달리던 중 방향을 바꿀 때, 바닥이 미끄러울 때도 며느리발톱으로 땅을 디뎌 의도된 움직임을 구현하고 부상을 피한다. 뿐만 아니다. 간식을 붙들고 먹을 때 며느리발톱의 지지력이 한몫하는데, 간식이 풍족한 요즘의 개에게 가장 요긴한 쓸모지 싶다. 그러니 퇴화했다기보다 시대에 맞추어 용도 변경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고양이의 빗장뼈(쇄골)은 ‘고양이 액체설’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거나 작은 구멍을 여유롭게 통과하는 모습을 보면 어찌나 유연한지 몸속에 뼈가 들어 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퇴화한 빗장뼈 덕분이다.
사람의 빗장뼈는 한쪽은 어깨뼈와 한쪽은 가슴뼈와 붙어 있다. 단단하게 고정되어 팔과 몸을 연결해 준다. 그래서 곧바로 선 채 통과하려면 공간의 폭이 적어도 어깨너비 이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고양이의 빗장뼈는 다른 뼈들과 붙어 있지 않고 근육으로만 연결되어 있다. 근육을 사용해 얼마든지 어깨 폭을 조절할 수 있고, 비좁은 틈을 지날 때면 어깨를 최대한 좁혀 몸을 납작하게 만든다. 그러니 얼굴만 통과할 수 있다면 아무리 좁은 틈새
고양이의 빗장뼈가 퇴화한 것은, 그러니까 뼈 특유의 고정성을 포기한 이유는 야생에서 천적으로부터 몸을 숨기기 좋게 만든 결과라고 한다. 퇴화라고는 하지만 생존을 위해 진화한 것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프리픽freepik]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1호(24.10.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