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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젠지 세대 팬덤 ‘Rock Will Never Die!’

기사입력 2024-10-13 22:36 l 최종수정 2024-10-14 13:42

잔나비 · 혁오 이어 웨이브 투 어스 · 까데호 등 인기
실리카겔 · 더 로즈 · CHS 해외에도 거대 팬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록 사운드가 젠지(Gen Z)세대 팬덤과 함께 들어왔다. 전혀 새로운 록을 보여준 ‘실리카겔’부터 젠지 록 밴드 ‘웨이브 투 어스’, 넓은 팬덤층을 지닌 ‘더 로즈’, 마니아 층이 확실한 ‘CHS’, ‘까데호(Cadjo)’까지 기억해둬야 할 국내 록 밴드 5팀을 소개한다.
록, 힙합의 거센 물결에 휩쓸리다
하드 록 밴드 스콜피언스의 초기 멤버이자, 위대한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인 마이클 쉥커가 이끄는 마이클 쉥커 그룹은 1983년에 ‘Rock Will Never Die’라는 곡을 발표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록 뮤직은 영원할 것이라 믿기에 충분했다. 팝 뮤직의 역사와 함께 태동한 로큰롤은 하드 록, 헤비메탈, 아트 록, 프로그레시브 록, LA 메탈, 서던 록, 컬리지 록, 얼터너티브 록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2000년대까지 음악 시장을 주름 잡았다.
오죽하면 지금의 뮤직 페스티벌이 ‘록’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거대 군중을 사로잡았을까? 또한 유명 밴드들의 공연은 거대한 경기장을 관객들로 가득 채웠다. 그러나 결코 죽지 않을 것만 같았던 록 뮤직의 생명력은 시간이 흐르며 꺼져 갔다. 팝 뮤직의 역사에서 메인스트림 중의 으뜸이었던 록이 힙합 뮤직의 거센 파도 앞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 이미지=픽사베이
패션 매거진을 제작하는 나의 역사 속에서도 록 음악은 패션 신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국내만 보더라도 크라잉넛, 장기하와 얼굴들, 노브레인, 김창완 밴드 등과 같은 록 뮤지션들을 찾는 브랜드들이 꽤 있었다. 국카스텐의 찌르는 듯한 고음에 열광하기도 했고, 혁오와 잔나비의 등장에 여심이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록 뮤직은 사람 수도 많고 장비도 많이 챙겨야 하는, 돈 많이 들어가는 음악이었다. 힙합은 그렇지 않았다. USB에 저장된 음원과 마이크 하나면 공연이 가능했다.
어쩌면 힙합이 가진 역사성과 아이덴티티는 새로운 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결부되기 쉬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코 죽지 않을 것 같던 록 뮤직의 대항마가 되기에 충분했다. 아무튼 201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록 밴드는 더 이상 설 곳이 없어 보였다. 전 세계 유수 록 페스티벌은 뮤직 페스티벌로 스펙트럼을 넓혔고, 힙합 뮤지션 아니면 K-팝 아이돌이 헤드라이너를 장식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미지=픽사베이
↑ 이미지=픽사베이
그렇게 록은 죽었다고 생각되었다. 이에 대한 변수는 코로나19가 야기한 팬데믹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폐쇄적 대인 관계를 해왔던 대중은 페스티벌의 열정을 갈구했고, 그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우렁찬 사운드를 욕망하게 된 것. 이전까지 록 음악은 재즈 뮤직처럼 팝 히스토리 중의 하나로서 존재할 줄만 알았으나 갈구와 욕망은 다시금 거친 록 사운드를 세상 밖으로 꺼냈다.
한국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팬데믹 이후 거대한 성공을 살펴보면, 그 내면에는 록 뮤직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잠재되어 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올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도 그랬다.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은 물론이고, 국내 밴드들의 공연에도 관객들은 ‘록이 살아있다’고 외치며 열정적으로 반응해주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록 음악이 다시금 스멀스멀 살아나고 있음을 인지하게 해 준 최근의 사례가 하나 있다. 바로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재결성 소식이다.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뉴스다. 동시에 그들의 2025년 재결성 투어 티켓의 리세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내 주변에도 티켓 구매에 성공한 이가 있다. 그들은 벌써 내년 영국행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펜타포트록페스티벌에서 연주하는 실리카겔(사진 실리카겔 인스타그램 캡쳐)
↑ 펜타포트록페스티벌에서 연주하는 실리카겔(사진 실리카겔 인스타그램 캡쳐)
새로운 록의 물결...젠지 유혹하는 새로운 사운드
록 뮤직은 멀쩡히 살아나, 다시금 전성기의 도래를 준비하고 있다. ‘록은 결코 죽지 않는다’라는 격언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록 신에 등장한 걸출한 신인 밴드들이 등장해야 할 시간이다. 늘 존재해 왔지만 밖으로 노출되지 않았던 그들 말이다. 뮤직 페스티벌에서 록 밴드들의 활약이 다시금 강해지고 있고, 많은 밴드의 공연 예매가 ‘피케팅’ 대전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될 국내 밴드들의 이름을 나열할 테니 잘 기억해주길 바란다.
잔나비는 이미 최정상에 있는 밴드이고, 리더이자 보컬인 최정훈은 유명하다. 그러니 이들은 이미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현존하는 국내 최고 밴드 중 하나다. 멤버들이 병역 의무를 마치고 다시금 하나로 뭉친 혁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활동 재개를 알리는 앨범으로 대만의 유명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와 함께 작업한 결과물을 내고, 월드 투어에 돌입한다. 이들외의 리스트가 필요하겠다.
2023실리카겔 단독공연(사진 실리카겔 인스타그램 캡쳐)
↑ 2023실리카겔 단독공연(사진 실리카겔 인스타그램 캡쳐)
팬덤명 ‘자경단’···전혀 새로운 록 ‘실리카겔’
실리카겔은 아이돌 그룹 같은 팬덤을 가지고 있다. 2015년 미니 앨범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가지 시각]으로 데뷔했으니 거의 10년 차 밴드다. 하지만 이들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부터다.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듣는다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통통 튀는 국내 인디 록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스타덤에 올린 곡은 2022년 발표한 ‘NO PAIN’이다.
이들의 팬덤명은 ‘자경단’이다. 이 곡의 노랫말 속 “밤안개 짙어진 뒤 훔치려고 모인 자경단”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실리카겔의 음악은 부드럽지도 않고, 쉬운 멜로디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인기가 많다. 그건 아마 전혀 새로운 세대의 록 사운드이기에 그럴 것이다. 만일 당신이 실리카겔의 공연을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음원만으로 실리카겔의 음악을 듣기엔 어려웠다. 그런데 올해 펜타포트 무대에 선 그들을 보았다. 똑같은 ‘NO PAIN’이 전혀 다른 ‘NO PAIN’으로 다가온다. 이게 그들의 힘이다.
웨이브투어스 LP(사진 예스24 제공)
↑ 웨이브투어스 LP(사진 예스24 제공)
젠지 록 밴드 ‘wave to earth’
두 번째로 알아두면 좋을 밴드는 바로 ‘wave to earth(웨이브 투 어스)’다. 1997년생과 1998년생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완전한 ‘젠지(Z세대)’ 록 밴드다. 겓가ㅏ 대부분 인디 록 밴드들이 유사한 성향이 모인 레이블 소속인 것에 반해, 웨이브 투 어스는 콜드라는 R&B 뮤지션이 수장으로 있는 웨이비 소속이다. 프로듀서이자 디제이인 아프로, 프로듀서이자 뮤지션인 지우 등이 소속되어 있다.
웨이브 투 어스는 거친 록 사운드보다는 조금 더 포근한 사운드를 지향한다. 이들이 그간의 EP와 싱글들을 모아 2023년에 발매한 정규 앨범 [0.1 flaws and all.] 속 트랙들을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bad’ ‘사랑으로’ 등이 대표적이다. 웨이브 투 어스 역시 최근 혁오와 함께 작업한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CHS [열야양성] 커버(사진 CHS인스타그램 캡쳐)
↑ CHS [열야양성] 커버(사진 CHS인스타그램 캡쳐)
여름 대표 밴드 ‘CHS’ & 견고한 사운드의 시티팝 ‘까데호’
세 번째와 네 번째는 ‘CHS’와 ‘까데호’다. 인디 신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이지만 그 누구보다 마니아 팬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대표적 밴드다. 먼저 CHS는 과거 ‘아폴로18’이란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던 최현석이 이끄는 밴드다. 여기에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프로듀서이자 키보디스트인 박문치가 멤버로 속해 있다. CHS는 서대문구 모래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다.
이들의 음악은 한 여름의 끈적이는 열대야를 표현하는 것 같은, 완전히 자기만의 컬러를 가진 사운드를 표출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CHS를 여름을 대표하는 밴드라 부른다. 올해 발표한 EP [열야양성]이 그 대표적 사례다. 특히 2번째 트랙 ‘One Summer Day’는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메이 에하라가 함께 했다.
다음 주자인 ‘까데호’ 역시 CHS처럼 자신들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구축해 보여준다. 까데호의 멤버들이 지나온 길은 뻐킹매드니스, 윈디시티 등의 경로를 떠올리면 딱 와 닿을 것이다. 사운드는 굉장히 견고하고, 시티팝적인 요소마저 느껴지게 만든다.
DMZ피스트레인에서 공연하는 까데호(사진 까데호 인스타그램 캡쳐)
↑ DMZ피스트레인에서 공연하는 까데호(사진 까데호 인스타그램 캡쳐)
해외에서 더 유명한 ‘The Rose’
마지막으로 알아두면 좋을 국내 록 밴드는 ‘더로즈(The Rose)’다. 더로즈는 위의 모든 밴드들과 달리 K-팝의 글로벌 유행과 큰 연관이 있다. 맞다. 더로즈는 록 뮤직을 하는 보이 밴드다. 쉽게 말해 기획된 아이돌 밴드라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분명히 록이다. 특히 리더를 맡고 있는 김우성이 그 컬러를 돋보이게 만든다.
아마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밴드 경연을 통해 그를 기억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이들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밴드로 해외 투어를 활발히 진행했다. 더로즈를 두고 ‘서양에서 가장 유명한 아시아 록 밴드’라고도 하는 이유다.
지난4월 코첼라에서 공연 중인 더로즈(사진 더로즈 인스타그램 캡쳐)
↑ 지난4월 코첼라에서 공연 중인 더로즈(사진 더로즈 인스타그램 캡쳐)
이러한 더로즈의 배경에는 아시아계 멤버들로 구성되었던 파 이스트 무브먼트(‘Like a G6’라는 곡으로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올랐다)의 한국계 맴버 프로그레스(제임스 로)의 참여도 한몫한다. 아마도 그는 제작자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다섯 밴드를 ‘요즘 알아두면 좋을 록 밴드’로 꼽아보았다. 해외 차트를 보더라도 록 뮤직보다는 R&B, 소울 등의 장르가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컨트리 뮤직을 배경으로 전 세계를 주름잡은 테일러 스위프트와 포스트 말론 등이 영향력이 엄청나지 않던가!
공연 중인 더로즈(사진 더로즈 인스타그램 캡쳐)
↑ 공연 중인 더로즈(사진 더로즈 인스타그램 캡쳐)
록은 차트의 메인스트림 장르이기보다는 앨범 차트에서 빛을 발하고, 또 라이브 공연과 뮤직 페스티벌에서 광채가 나던 장르였다. 한때 그곳에서 록이 사라졌었다. 그래서 록이 죽었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금 페스티벌

에서 록이 살아나고 있다. 아니 완전히 부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시점에 각기 다른 색채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국내 록 음악계의 다섯 밴드의 음악을 곁에 둬보면 어떨까?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각 밴드 인스타그램]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0호(24.10.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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