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다. 한편으로는 나라마다 각각의 이유로 ‘고양이의 날’을 따로 두고 기념하는데,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10월 29일이, 러시아에서는 3월 1일이, 일본은 2월 22일이 ‘고양이의 날’이다. 우리는 9월 9일이다. 그런데 이들 숫자의 의미가 흥미롭다.
↑ (사진 프리픽freepik)
지난 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었다.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이 창설한 것으로, 오랜 세월 사람과 함께 지내 온 고양이를 다시금 생각하고 평화로운 공생을 기원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전 세계 집사들은 8월 8일이면 너 나 없이 SNS에 ‘#WorldCatDay’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고양이 혹은 모두의(어쩌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고양이 사진과 영상을 게재한다.
재미있는 것은 나라마다 고양이의 날을 따로 정해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에서 인구 대비 고양이 개체 수가 가장 많은 러시아는 고양이가 ‘봄’을 상징한다고 해서 봄이 시작되는 3월 1일을 ‘고양이의 날’로 기념한다. 일본이 2월 22일을 고양이의 날로 공식 지정한 이유도 재미있다. 고양이의 ‘니야~’ 하는 울음소리가 숫자 2를 발음할 때의 ‘니に’와 비슷하다는 이유다. 이탈리아와 폴란드에서는 2월 17일이 ‘고양이의 날’이다. 중세 유럽에서 고양이를 마녀의 하수인으로 여겨 대량 학살한 달이 2월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빠질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9월 9일이 ‘한국 고양이의 날’이다. 공식적인 건 아니고, 20년 남짓 고양이 전문 작가로 활동해 온 고경원 작가가 지정했다. “고양이 목숨이 아홉 개라더라”는 속설에 따라 아홉(九) 개 목숨이 오래(久)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런가 하면 털 색깔인 모색에 따른 고양이의 날도 있다. 영국(10월 27일)과 미국(8월 17일)에서는 검은 고양이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검은 고양이의 날’을 따로 정해 놓았다. 또 영어권 국가들에서 9월 1일은 얼룩 고양이를 위한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모색이 노란 고양이를 ‘치즈’로 부르곤 하지만, 영어권에서는 ‘생강’이나 ‘오렌지’에 비유하기 때문에 ‘진저(생강) 고양이 감사절(ginger cat appreciation day)’로 부른다.
사실 이런 기념일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집사가
반려묘들에 쏟는 사랑과 정성을 보면 1년 365일이 ‘고양이의 날’과 다르지 않으니. 다만 길 위의 고단한 생명들에게 의식적으로라도 한 번 더 관심을 기울이자는 취지로 이해하면 되겠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프리픽(freepik)]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4호(24.8.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