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에게 수도원의 복도 층계는 보물 중 하나다. 예비 수녀 시절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으면 가끔 울기도 했던 곳이다. “두 무릎을 수술한 뒤 자주 다리가 아프지만 층계를 오르내리는 일은 그 자체로 삶에 탄력을 준다”면서 “성 베네딕도 규칙서에 있는 ‘겸손의 열두 단계’를 조금이라도 더 실천하려는 수행자의 열정도 새롭게 만든다”라고 고백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엽서는 액자에 넣어 글방에 간직하고 있는 보물이다. “나도 수녀님처럼 생각을 아름다운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그러나 그것은 하느님이 주신 특은이고,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라고 친필로 적어 보낸 엽서를 받았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선종하기 1년 전 수녀님 네 명과 병실을 찾아가 같은 환우로 농담을 주고받았으며 추억 나눔을 했던 기억을 들려준다.
보물들의 면면이 다채롭다. 장영희 교수의 시계, 사형수의 목각, 첫 서원 일기, 수녀원 입회 때 받은 88번이 적힌 손수건, 아버지의 사진 등에 얽힌 이야기…. 이 밖에도 법정 스님과의 일화, 신영복 선생의 붓글씨 등 하늘나라로 떠난 인연들과의 추억담도 만날 수 있다.
도자기를 굽듯 감수성 훈련이 필요하다 『감수성 수업』
↑ 정여울 지음 / 김영사 펴냄
정여울 작가가 20년 글쓰기 인생을 지탱해준 감수성 훈련법을 선보인다. 미디어는 연일 충격적 사건을 보도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해 온갖 콘텐츠를 쏟아내는 자극 과다의 시대다. 부정적 자극 속에서 우리는 내 느낌을 잃어가고 있다. 어제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지금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단어를 찾기 힘들다면, 감수성 훈련이 필요하다.
감수성의 사전적 의미는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로, 흔히 ‘감수성이 예민하다’와 같이 활용된다. 감수성이란 단어는 주로 개인의 정서를 표현할 때 사용되지만 우리 사회를 둘러싼 감수성, 즉 집단적 감수성도 존재한다.
작가는 “남들은 못 느끼는 것을 느끼는 감수성”이 자신의 진짜 재능이라 고백하며, 풍부한 감수성은 단지 느끼고 깨닫는 능력뿐 아니라 행
동하고 살아가는 능력까지 확장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자기 느낌을 의심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매일 도자기를 굽듯, 그림을 그리듯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면 내 몸과 마음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전한다. “당신의 입을 틀어막는 권력에 맞서, ‘나만의 눈부신 언어’를 찾기를.”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