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다시 찾은 공간들 촬영
“현대적이지 않지만 영원성을 간직하고 있는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다.”(–칸디다 회퍼) 지난 50여 년간 ‘사진’이라는 매체로 도서관, 박물관, 공연장 등을 자신만의 정밀한 구도와 디테일로 담아내 온 칸디다 회퍼는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 ‘팬데믹’이라는 전인류적 역경을 회생과 쇄신, 특히 ‘재생’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 국제갤러리 K2 1층 칸디다 회퍼 개인전 《RENASCENCE》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전시기간: 2024년 5월 23일(목)~7월 28일(일)
전시장소: 국제갤러리 K2
↑ 칸디다 회퍼(b. 1944) 〈파리 카르나발레 박물관Musée Carnavalet Paris XX 2020〉 Inkjet print Image: 180 x 180 cm Frame: 184 x 184 cm ©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0 |
국제갤러리는 오는 7월 28일까지 서울점 K2(1, 2층)에서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의 개인전 《RENASCENCE》를 개최한다. ‘다시 태어나다’라는 의미로 직역되는 전시 제목 ‘Renascence’는 문화적 공간이 지니는 ‘재생’의 의미와, 팬데믹 이후 공공영역의 ‘회복’이라는 주제를 합친 키워드. 지난 2020년 부산점에서의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팬데믹 기간에 리노베이션 중이었던 건축물, 그리고 과거에 작업한 장소를 재방문하여 작업한 신작 14점을 선보인다.
전시작의 피사체로 등장하는 미술관 및 박물관은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는 동시에, 오늘날의 속도에 맞게 재정비되어 온 곳들이다. 회퍼는 이를 복원하는 건축가들의 절제된 시각을 드러내는 동시에 작가 특유의 중립적 시선도 카메라에 담아낸다.
↑ 국제갤러리 K2 1층 칸디다 회퍼 개인전 《RENASCENCE》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갤러리 K2 1층에서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카르나발레 박물관(Musée Carnavalet Paris)의 리노베이션 이후 공간의 변화가 담겨 있다. 파리의 역사를 담은 카르나발레 박물관은 1880년에 개관했으며, 2016년부터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는데, 특히 장소 고유의 매력을 보존하면서도 국제적 규모의 방문객을 수용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2021년 재개관을 앞둔 2020년에 이곳을 방문한 회퍼는 리노베이션을 통해 추가된 철제와 나무 재질의 나선형 계단을 다각도로 주목했다. 이를 고대부터 현대를 관통하는 파리 시의 역사와 박물관의 다층적 시간대를 연결하는 모티프로 삼은 것.
↑ 국제갤러리 K2 1층 칸디다 회퍼 개인전 《RENASCENCE》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카르나발레 박물관의 복원된 벽화에서 ‘붉은 장막’이라는 시각적 요소로 강조되는 장식적이고도 연극적인 분위기는 베를린의 코미셰 오페라(Komische Oper Berlin)의 텅 빈 무대와 관객석을 담은 또 다른 연작과 연결된다. 코미셰 오페라의 원형이 되는 19세기 후반의 건축물은 2차 세계대전 공습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이후 1960년대에 재건축, 1980년대에 다시 복원 과정을 거쳤다. 현재까지는 리허설과 백스테이지 공간으로 리노베이션이 진행 중인데, 회퍼는 2022년도에 이 장소를 방문해 촬영했다.
↑ 칸디다 회퍼(b. 1944) 〈베를린 코미셰 오페라Komische Oper Berlin II 2022〉 Inkjet print Image: 180 x 250.8 cm Frame: 184 x 254.8 cm ©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2 |
↑ 칸디다 회퍼(b. 1944) 〈파리 카르나발레 박물관Musée Carnavalet Paris XI 2020〉 Inkjet print Image: 180 x 249.1 cm Frame: 184 x 253.1 cm ©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0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 칸디다 회퍼(b. 1944) 〈베를린 신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 Berlin XVII 2021〉 Inkjet print Image: 180 x 250 cm Frame: 184 x 254 cm ©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1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 칸디다 회퍼(b. 1944) 〈스위스 장크트갈렌 수도원 부속도서관Stiftsbibliothek St.Gallen III 2021〉 Inkjet print Image: 180 x 160 cm Frame: 184 x 164 cm ©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1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갤러리 K2 2층에서는 베를린에 위치한 베를린 신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 Berlin)의 리노베이션 이후 모습을 선보인다. 유리와 철재로만 지어져 ‘빛과 유리의 전당’으로 불리는 이곳은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인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설계로 지어진 것으로, 서구 모더니즘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미국 망명 30년 만에 모국에 남긴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일생 동안 일관되게 추구해 온 ‘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라는 건축 철학과 기술력의 총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2015년부터 6년에 걸쳐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의 지휘 하에 기존 인테리어 자재를 보존하면서 보수 작업을 진행한 미술관은 ‘최대한 기존 비전 그대로(As much Mies as possible)’를 모토로, 건축물의 개별 구성요소들을 해체한 후 청소 및 복원 과정을 거쳐 원래 위치에 복구했다. 새로운 건축가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기반시설의 보존 및 강화 등에 주력한 것. 회퍼는 복원 직후인 2021년 이곳을 방문, 재정비를 거친 공간 곳곳을 카메라 렌즈로 비추며 방문객들과 시공업자들의 활동을 모두 담아 냈다.
↑ 국제갤러리 K2 1층 칸디다 회퍼 개인전 《RENASCENCE》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장크트갈렌 수도원 도서관을 담은 2001년작에서, 회퍼는 정교한 프레스코화와 아치형 천장에 주목,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문객들도 일부 포함시켰지만 새로 촬영한 2021년작에서는 인물의 요소를 일체 배제하고,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 내부 공간에 주목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작가가 의도한 빛과 공기의 흐름을 느껴보자.
칸디다 회퍼(1944~)
↑ 사진: Ralph Müller(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글 박찬은 기자 사진 국제갤러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5호(24.06.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