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제1선발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6이닝 8피안타 5실점을 한다면 감독의 기분이 어떨까. 말러 교향곡 5번의 성패는 트럼펫 수석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제 메트 오케스트라 트럼펫 수석의 거듭된 난조는 연주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한두 번 정도에 머물렀다면 ‘컨디션 난조인가?’로 넘어갔겠지만 몇 번이나 이어진 음 이탈은 ‘연습 부족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일류 오케스트라가 이게 뭔가. 티켓 가격이 아깝다고 분통을 터트린 청중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라이브’이지 않은가?
1부 첫 곡은 1981년생 작곡가 몽고메리의 <모두를 위한 찬송가>였다. 2022년 무티 지휘로 시카고 심포니가 초연한 ‘현대음악’이라 꽤 긴장했지만 목 넘김이 부드러운 맥주였다고 할까. 감상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두 번째 곡은 미국 출신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의 모차르트 콘서트 아리아 두 곡이었다. 오로페사의 흠잡을 데 없는 기교와 풍부한 톤, 노래를 아는 오페라 오케스트라다운 멋진 반주가 어우러진 최상의 공연이었다. 어제 프로그램을 모차르트 오페라 서곡들과 아리아들로만 구성했다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는 말러 교향곡 5번이었다. 트럼펫 수석의 난조와 연주 초반 흐트러진 앙상블이 아쉽긴 했지만 비가(悲歌)가 아닌 연가(戀歌)로 해석한 4악장과 일류 오케스트라다운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준 5악장은 훌륭했고, 자칫 지겨울 수 있는 3악장도 언제 끝났나 할 만큼 재미있게 연주됐다. 호른 수석이 두 번이나 서서 연주했는데, 래틀도 BPO 취임 연주회에서 스테판 도르를 협연자처럼 세워놓고 연주하지 않았나. 3악장을 호른 협주곡으로 보는 사람도 있는 만큼 이해할 수 있는 연주 방식이었다.
2017년 키릴 페트렌코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를 이끌고 예술의 전당에서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한 적이 있다. 야닉 네제 세갱처럼 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역동적인 비팅으로 지휘해 극적인 음악을 들려줬었다. 당시 페트렌코의 연주가 묵직한 밀맥주의 맛이었다면 어제 야닉 네제 세갱의 연주는 청량감 있는 라거의 맛이었다.
야닉 네제 세갱은 화려한 옷차림만큼 밝은 음향을 뿜어내는 걸로 유명한 지휘자인데, 이 밝은 음향 탓에 호불호가 있는 편이다. 어제 연주는 개인적으로 ‘호’였다. 말러 교향곡을 좀 더 처절하게, 진 빠지게, 독일적으로 연주하는 걸 선호하는 청중에게 야닉 네제 세갱의 말러는 신성모독에 가깝겠지만, 이런 스타일의 말러를 일종의 별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어제 연주회를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 중 하나가 롯데 콘서트
[전광열 기자 revelg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