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소재에 연기력 끝내주는 배우진 등 영화 ‘드림 시나리오’의 성공 요소는 많다. 무엇보다 구부정한 어깨에 두꺼운 안경을 낀 외모, 평생을 인기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 지내다 전 세계인들과 갑자기 소통하게 된 평범한 중년남 캐릭터를 눈부시게 연기한 니콜라스 케이지는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 영화 ‘드림 시나리오’
대학에서 진화 생물학 교수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 ‘폴’(니콜라스 케이지)은 두 딸과 사랑하는 아내 ‘재닛’(줄리안 니콜슨)과 살고 있는 중년의 남자다. 대학 시절 자신의 연구 아이디어를 훔쳐 「네이처」지에 기고한 동료에게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는 등 소심하고, 한심한 ‘평범 그 자체’인 인물이다. 딸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존재감이 없던 그로 인해 어느 날 온 세상이 떠들썩해진다.
그가 지구상 모두의 꿈에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 “실존 인물 맞나요? 왜 당신 꿈을 꾸죠? 도대체 누구세요?” SNS 메시지 폭주, 인터뷰 출연, 광고 모델 요청은 물론, 그의 꿈이었던 ‘개미 지능’에 대한 책까지 쓰게 된 폴은 유명세를 즐기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그가 등장하는 모든 꿈들이 악몽이 되며 그의 삶도 망가지기 시작한다.
↑ 영화 ‘드림 시나리오’
영화는 A24의 흥행 대작이었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타일처럼 블랙 코미디와 B급 설정들로 재미있게 흘러간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주인공 폴이 겪는 억울한 사태 때문에 덩달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갑자기 유명해진 인플루언서들이 유명세를 탐하고, 자신들이 잘못한 것이 있든 없든 쉽게 나락으로 떨어지며, 그로 인해 사과를 하고 대중은 또 다시 멋대로 새로운 타인을 유명하게 만드는 등 현대사회의 SNS 문화를 풍자하는 설정들이 눈에 띈다.
융을 위시한 심리학의 등장, 꿈으로 상징되는 무의식과 욕구, 미디어 군중심리가 한 평범한 남자를 어떻게 파멸시키는지 블랙 코미디와 함께 끝까지 보여준다. 신선한 소재에 연기력 끝내주는 배우진 등 흥행할 장치는 많았지만, 인물들의 서사가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는 점에서 심한 무력감에 빠질 수도 있다. 소셜 미디어로 인한 인기 급상승과 그에 반비례하는 ‘나락 문화’로 인생이 망가지고
, 그 트라우마를 치유할 길 없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그럼에도 그 현실조차도 사실적인 영화적 장치로 읽힌다. ‘필모그래피가 드디어 회복됐다’는 평을 얻는 주인공 폴 역할의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를 주목해볼 것. 러닝타임 102분.
[글 최재민 사진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