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저작권 법 위반" vs. "애초에 작가가 무리한 요구"
↑ 실험 미술의 대가 김구림 작가의 지난해 8월 24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기자간담회에서의 모습 [사진=MBN] |
원로 전위예술가 김구림이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한 김구림 작가가 김 작가 회고전의 도록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미술관 측이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김 관장의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그제(4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제출했습니다.
작가와 미술관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김구림 작가의 회고전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수차례 갈등을 빚어 왔습니다.
작가는 기획 초반에 미술관 건물을 광목으로 묶었던 작가의 1970년작 '현상에서 흔적으로: 경복궁 현대미술관을 묶는 장면'을 재현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에 작가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제 생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전시에서 재현을 하려고 한 것이고 미술관 전부가 아니라 일부분 묶는 것은 건물에 손상이 오는 것도 아니다"라며 "왜 안 되는지 모르겠고 현대 미술을 말살한다"고 작심 비판했습니다.
미술관 측이 "건물이 등록문화재 375호이기 때문에 외벽을 감싸면 관련 부처들과 협의해야 한다"며 "이번 전시는 시한상 불가할 거 같다고 작가에게 말씀드렸다"고 설명했지만, 작가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회고전으로 갈등의 불씨가 남았습니다.
이 갈등은 전시 기간에 전시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작가의 세계를 설명하는 도록집의 제작을 준비하면서 더욱 격화되었습니다.
미술관이 지난 2월 20일 8편의 글과 도판 및 자료 420여 점이 수록된 도록 1쇄를 발간했지만, 작가는 이 도록의 인쇄 상태가 실물과 다르다며 이를 폐기하고 재인쇄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술관 측은 "작가 측과 수차례 회의를 진행한 결과물임에도 미술관은 인쇄 용지의 변경, 일부 내용의 수정을 요구한 작가 측의 의견을 반영해 최대한 빠르게 2쇄를 제작하고자 노력했다"며 "그러나 2쇄 제작을 앞두고 작가 측은 편집자 교체 및 편집 방향의 전면 수정, 1쇄에 수록되지 않은 미출품작의 대량 추가를 요구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작가의 부당한 요구를 그저 수용하는 것은 국립미술관에서 개최한 전시를 온전하게 기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전시 작가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
미술관은 향후 형사 절차에 따라 대응한다는 계획입니다.
해외에서 명성을 쌓은 김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과의 갈등 끝에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을 떠나겠다"고 말했고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제작 작품 500여 점을 미술관 소장품 용도로 기증하려 했던 계획도 모두 취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