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사고 당시 조종실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경제부 이승훈 기자가 조금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이 기자. 그럼 당시 상황을 한 번 재구성해보죠
【 기자 】
네. 많이 보도됐지만, 제주항공 사고를 시간대별로 재구성해봤습니다.
오전 8시54분, 사고기 기장은 관제탑에 착륙 허가를 요청하고 관제탑은 착륙을 허가했습니다.
그런데 3분 뒤인 8시57분,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 충돌을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2분 뒤인 8시59분, 사고기는 급하게 관제탑에 조난 신호를 보냅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버드 스트라이크"
그리고는 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고도를 높여 날아오릅니다.
이른바 복항, 고어라운드를 결정한 겁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일은 아니지만, 있을 수 있는 이른바 조류충돌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봤듯이 복항이 이뤄지는 순간 조종사는 '기체 이상'을 관제탑에 급하게 보냅니다.
그리고는 관제탑에서 정상적 복항을 위해 북쪽으로 5천 피트까지 올라가라고 지시했지만, 사고기는 북서쪽으로 향하면서 고도도 낮게 유지는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시점에서 양쪽 엔진이 모두 나갔거나 전자장치가 꺼지는 셧다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자 조종사와 관제탑은 급선회를 해 활주로 19방향, 즉 북에서 남쪽으로 착륙을 협의했고, 관제사는 착륙을 허가했습니다.
이 시간이 오전 9시경으로, 사고기는 동체착륙을 하다 활주로 밖에 있는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하고 대형 참사가 일어난 겁니다.
【 질문 2 】
2m 콘크리트 둔덕은 어제도 보도했습니다만, 누가 처음에 만들었는지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죠?
【 기자 】
그렇습니다.
어제 기자가 2023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개량공사 설계를 맡았던 업체를 찾아가 물었지만, 이 업체도 언제 누가 처음 그 둔덕을 만들었는지 모른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자신들은 2m 둔덕 위에 놓인 로컬라이저와 그것을 떠받치는 30cm 콘크리트판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 공사를 발주한 한국공항공사도, 공항이 다 건설되고 나서 운영 보수유지를 맡았기 때문에 건설 당시 누가 이 둔덕을 만들었는지는 모른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한국공항공사 관계자
- "공항 개항 때부터 국토부에서 다 지어서 (우리가) 인수를 하고 에어사이드 안전시설을 허가받아서 유지보수 관리…."
2007년 개항 당시 공사를 맡았던 금호건설도 오래된 일이라 누가 그 둔덕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국토부는 계속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 질문 3 】
그런데 궁금한 건 콘크리트 둔덕 위에 왜 흙과 잔디를 덮어놓은 거죠? 그게 없었으면, 거대한 콘크리트가 거기 있다는 걸 누군가는 보고 없애거나 조종사들이 위험을 신고했을 텐데요.
【 기자 】
그렇습니다. 흙과 잔디로 덮여 있어서 그 안이 콘크리트로 되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겁니다.
국토부에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오늘 나왔습니다.
▶ 인터뷰 : 정선우 / 국토교통부 항행위성정책과장
- "최초 로컬라이저가 콘크리트 기둥과 흙이 거의 꼭대기 부분까지 채워진 그래서 끝 부분에 콘크리트가 노출된 형태로 되어 있었고, 15년 정도 이제 사용을 하다 보니까 비바람에 노출이 돼서 그 장비들도 좀 흔들흔들하기 때문에 그런 받침 부분을 보강할 필요가 있어서 콘크리트 상판을 보강하는 것으로 전달받았습니다."
한 마디로, 처음부터 그렇게 흙과 잔디로 덮여 있었다는 겁니다.
심지어 15년이 지나면서 콘크리트가 노출되어서 개량 공사를 하면서 다시 흙과 잔디로 덮고 그 위에 콘크리트판을 추가 설치했다는 겁니다.
【 질문 4】
기존 콘크리트 둔덕을 제거하기는커녕, 되레 그 위에 콘크리트 상판을 더 올렸다고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콘크리트 상판을 올린 이유는 로컬라이저가 흔들렸기 때문인데, 설계 업체의 설계대로 공항공사가 승인해줬다는 겁니다.
혹을 떼기는커녕 오히려 혹을 더 붙인 꼴이 된 겁니다.
공사 발주처인 공항공사, 설계를 맡은 업체, 또 시공을 한 건설사 가운데 누구 한 사람만이라도 이 콘크리트 둔덕의 위험성을 지적했다면 이번 참사는 피할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 앵커멘트 】
지금까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