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트럼프 1기 때 경험 토대로 보복관세 품목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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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100일 행사에서 연설하는 멕시코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로 '직격탄'을 맞게 된 멕시코가 31일(현지시간) '보복 관세' 맞대응을 예고했습니다.
국경을 맞댄 이웃을 적으로 돌리며 먼저 방아쇠를 당긴 트럼프 정부의 '도발'에 멕시코가 양보 없는 전면전 태세를 갖추면서, 결국 승자 없이 '모두가 손해를 보는' 치킨 게임 같은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는 일찌감치 "맞고만 잊지 않겠다"며 "미국에서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도 마찬가지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외교부 장관을 지낸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강국이지만, 멕시코가 경제적 약세 국면도 아니다"라며, 물고 물리는 관세 부과 고리가 멕시코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트럼프 정부에 대한 멕시코의 강경 대응은 역내 무역 시장에 긴장감을 키웠던 7년 전 상황에 대한 분석 결과라는 게 현지 매체들의 진단입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전 정부는 2018년 5월 31일 트럼프 1기 정부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고율 관세 부과에 맞서 미국산 철강류를 넘어 농축산물에까지 대응 관세 대상 품목 범위를 확대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여기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보도에 따르면 미 농무부는 이후 보고서에서 '멕시코로의 미국산 농산물 수출이 타격을 입었고, 그 규모는 26억 달러(3조 6,000억 원 상당)에 이른다'고 짚었습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31일 대통령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해 "미국 소비자는 과일, 채소, 육류, 자동차, 가전 등 상품에서 더 비싼 가격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관세는 수많은 미국 가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며, 전략적 실수로 여겨질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트럼프 및 공화당 지지층이 집중된 러스트 벨트와 농업 지역을 정밀 조준하고 있다"면서 "이는 페냐 니에토 전 정부에서도 먹혔던 전략"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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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미국 국기 / 사진=연합뉴스 |
멕시코의 맷집이 예전보다 세졌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멕시코 경제부 홈페이지 공개 자료를 보면 멕시코는 2023년 기준 4천901억 달러(685조 원 상당)어치를 미국에 수출해, 중국을 제치고 대미 수출액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상품 규모는 2,554억 달러(357조 원 상당)로, 무역흑자 폭이 상당합니다.
아직 집계 중인 올해 성적표 역시 낙관적이라고 엘에코노미스타와 엘피난시에로 등 현지 경제전문 매체들은 예상합니다.
멕시코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따른 반사이익과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효과에 힘입어 최근 수년간 명목 국내총생산(GDP)도 한국에 버금갈 정도로 끌어 올렸습니다.
아울러 멕시코 정부가 글로벌 통상의 거대 축 중 하나인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에 근거해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국제 분쟁화할 명분도 충분한 상황입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관세는 USMCA 자유무역협정을 무효로 하는 것"이라며 "멕시코는 차가운 머리로 냉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이 "중국, 캐나다, 멕시코가 내일(1일) 관세 시행을 막기 위해 오늘 밤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나"라고 묻자 "없다. 지금 당장은 없다. 협상 도구는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이는 캐나다·멕시코에 25%의 관세를,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계획대로
대선 때부터 관세를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품' 등으로 표현하며 재집권 시 무차별 '관세 카드'를 휘두르겠다는 선전포고했던 것을 망설임 없이 실행하겠다고 거듭 천명한 셈입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