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한 위치타-워싱턴DC 직항 노선도 지난해 신설돼
![]() |
↑ 로널드 레이건 공항 / 사진=AFP 연합뉴스 |
미국 수도 워싱턴DC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용 헬기 충돌 사고와 관련해 정치권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연방 의회가 전문가들의 사고 위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혼잡한 공항 중 하나인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항로 추가를 승인했다는 것입니다.
레이건 공항 근처는 미국 내 가장 항공 교통량이 많은 공역입니다. 레이건 공항의 공역에는 군용기와 민간 항공기가 혼재해 운항합니다.
앞서 레이건 공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3주 이상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의회에서는 레이건 공항이 국방부·백악관·의사당 등 주요 시설과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영구 폐쇄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레이건 공항이 워싱턴 DC와 가까워 편리하다는 이유로 의회가 장거리 비행 제한 규정을 완화하며 최근 수십 년간 운항 횟수가 대거 증가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3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악관과 연방 의회 등 주요 정부 시설에 인접한 레이건 공항은 약 2천km 이상의 장거리 직항 노선 추가가 제한됩니다.
이 규제를 변경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 연방 의회는 지난해 5월 연방 항공법을 처리하면서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5개의 장거리 왕복 항로를 추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당시 민주당이 장악했던 연방 상원에서 왕복 항로를 추가하는데 앞장선 의원은 남부를 지역구로 하는 라파엘 워녹(민주·조지아)과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이었습니다.
이들은 서부 텍사스 노선 등 규제에 막혔던 노선들을 레이건 공항에 추가하기 위해 승인 법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반면, 공항 인근 지역인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주를 지역구로 하는 의원들은 이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들은 레이건 공항에 항로를 추가하면 혼잡으로 인한 연착 등의 문제뿐 아니라 사고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5월에는 아메리칸 항공사의 비행기가 이륙 준비 중에 착륙하던 자가용 비행기와 충돌할 뻔한 사고가 발생하는 등 근접 충돌 위기가 여러 차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팀 케인(민주·버지니아) 상원 의원은 "공항에서 안 좋은 일이 발생한 뒤 사람들이 우리에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법안을 통과시킨 이유가 뭐냐'라고 묻는 상황은 바라지 않는다"라고 경고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결국 레이건 공항에 장거리 왕복 항로를 추가하는 법안은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처리됐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이번 위치타-워싱턴DC 직항 노선도 지난해 새롭게 신설된 노선입니다.
노선 추가에 반대했던 케인 의원 등은 당시 교통부 장관이었던 피트 부티지지에게 서한을 보내 항공사들이 승객들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조처를 했는지 확인할 것을 촉구했으나 실제로 확인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한편, 레이건 공항에서는 지난해에도 상업 항공기 간 근접 사고가 어러 건 보고된 바 있습니다.
하원 항공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닉 랭워디 하원의원(공화·뉴욕)은 "이번 충돌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어야 했다"며 "연방 기관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닉 랭워디 하원의원은 "이번 사고가 레이건 공항의 수용 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여부보다 군 헬리콥터가 왜 해당 위치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절차가 지켜지지
또 마크 비시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은 "의회는 레이건 공항의 과밀 상태와 군용기의 비행 허용 구역이 적절한지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정치적 갈등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김세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rlatpdms01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