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중심으로 탄탄한 한미동맹 재확인·국제사회 신뢰 회복 주력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직무가 정지돼 정상외교가 향후 수개월간 사실상 공백 상황을 맞게 됐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행을 맡지만, '임시직'이라는 특성상 상대국과 깊이 있는 논의를 하기 힘든 한계점 때문에 회담 일정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결국 외교부가 중심을 잡고 우리의 외교 근간인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추락한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PG) / 사진=연합뉴스 |
그러나 당장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직후 최대한 신속하게 한미정상회담을 마련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습니다. 그간 미국에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 통상 수개월 내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됐습니다. 한국으로서는 미국 새 행정부의 정책이 수립되기 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입장이 미국 정책에 반영토록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인데, 현재 상황으로서는 상반기 안에 회담이 열리기 어려워 보입니다.
더욱이 트럼프 당선인이 2기 행정부에서도 또다시 동맹을 거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정책을 펼친다면, 한국의 역할과 비용 부담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당장 트럼프 측에서 이미 발효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재협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정상 간의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한미 정상간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이 뒤로 밀리는 건 불확실한 트럼프 2기의 한미 외교에서 상당한 변수일 수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전문가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정상외교가 불가피하게 지연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며 "지금으로선 실무접촉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했습니다.
외교부는 당분간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일상적인 업무를 차질없이 이어가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력망을 유지하는데 외교력을 쏟아붓고, 트럼프 인수위 시기부터 미국 측과 접촉하는 주미한국대사관이 주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부처 차원에서 나서서 실무를 계속 관리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 한미 라인을 계속 두드리면서 스킨십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7년 상반기 황교안 권한대행이 트럼프 당선인 측과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한 것처럼, 이번에도 최고위급 소통 채널을 가동해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한미 공조를 재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 사진=연합뉴스 |
내년 수교 60주년을 앞둔 일본과의 협력이나 최근 대(對)중 관계 개선 흐름에 추가적인 동력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 가동이 쉽지 않고, 이와 맞물려 함께 준비 중인 내년 수교 60주년 사업들도 활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당초 내년 1월 방한을 추진했으나, 계엄 여파로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내년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내년 하반기 한-중앙아 정상회의 등 우리가 유치한 다자회담도 아직 시간이 있긴 하지만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존에 하고 있던 큰 외교 기조에서 경천동지할 변화는 없다는 메시지를 상대국에 계속 발신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의 외교정책 안정성을 피력하는 게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각인된 한국이 비상계엄으로 대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만큼 국제사회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한국 외교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외교부는 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 모든 주한 외국공관에 국내 질서가 유지되고 있고 안보 상황이 안정적이라는 취지의 외교 공한을 보냄과 동시에 각국 대사관과 개별적으로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협력 메시지를 강조하며 노력 중입니다. 이날 윤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주한외교단과 신속하게 접촉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그래픽] '탄핵 정국' 한국경제·정상외교 전망 / 사진=연합뉴스 |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