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일본 시민단체가 설치한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 추도비를 일본 군마현 당국이 강제로 철거했습니다.
추도 모임 도중 나온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이 정치적 논란을 일으켰다는 게 철거 이유였습니다.
전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굳게 닫힌 문에 다음 달 12일까지 2주간 공원을 닫는다는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파란 가림막을 설치해 안쪽을 볼 수 없는데다 취재진의 출입도 막혔습니다.
하늘에서 보니 굴삭기 곁에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가 선명합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를 기억하고 한일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지난 2004년 일본 시민단체 주도로 설치했던 추도비 잔해입니다.
추도비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 2012년 추도 모임의 참석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한 것을 우익단체가 문제 삼으며 불거졌습니다.
▶ 인터뷰 : 하야시 요시마사 / 일본 관방장관
- 설치한 단체가 (정치적 언급 금지라는) 설치 조건을 계속 어겼다는 이유로 설치 허가가 취소됐다고 전해들었습니다."
결국 지난 2022년 우리나라의 대법원 격인 일본 최고재판소가 군마현의 손을 들어주며 지난 29일 비석은 강제로 철거됐습니다.
시민단체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양심이 갈기갈기 찢겼다"며 분노했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철거 전 추도비에 붙어 있던 금속판과 팻말은 시민단체에 전달됐다"며 대체할 장소를 찾으면 다시 비석을 설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MBN 뉴스 전민석입니다. [janmin@mbn.co.kr]
영상편집 : 이주호
그 래 픽 : 최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