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에서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아사히신문 영상 캡처 |
일본에 있던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가 철거돼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어제(31일)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 상공에 헬리콥터를 띄워 조선인 추도비 철거 현장을 포착했습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군마현 당국은 지난달 29일 추도비를 철거하는 행정 대집행 공사에 착수했고 어제 철거를 마쳤습니다.
군마의 숲에 있던 조선인 추도비는 지름 7.2m인 원형 토대 위에 세워져 있었으며, 추도비 옆에는 높이 4m인 금색 탑이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사히신문이 포착한 현장을 보면 추도비가 있던 자리는 이미 빈 터였습니다.
트럭과 중장비가 추도비였던 것으로 보이는 콘크리트를 부수는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의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의 전신이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됐다가 사망한 조선인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해 2004년 설치했습니다.
비석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와 일본어로 적혀 있었고,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군마현 당국은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자체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이후 시민단체가 철거 요구에 응하지 않자, 군마현 당국이 직접 철거에 나선 겁니다.
추도비 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조선인 추도비를 소유한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 관계자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양심이 갈기갈기 찢겼다는 생각이 든다"며 "돌아가신
군마현과 교류하기로 약속한 오영훈 제주지사는 "우리를 기만한 측면이 있다"며 "실무 교류 협력을 강화해야 할지, 유보해야 할 지 판단의 몫이 저한테 있다"고 교류 협의를 재검토하겠단 뜻을 밝혔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