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러시아 정치 체제, 점점 희생양 찾는 듯"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클럽에서 '반나체 파티'를 즐긴 러시아 유명인들이 체포돼 수감되거나 천문학적 금액의 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현지시각 27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의 블로거 겸 방송인 나스티야 이블리바는 지난 20일 모스크바의 한 클럽에서 '반나체'를 콘셉트로 내세운 파티를 열었습니다.
이 파티에는 러시아의 인기 가수 필립 키르코로프와 디마 빌란, 래퍼 바시오 등 유명 연예인과 방송인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파티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선정적 옷차림의 참가자들이 파티를 즐기는 모습은 금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됐고, 금세 여론의 공분을 샀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친정부 성향 블로거와 정치인, 활동가들은 "군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와중에 선정적인 파티를 즐겼다"며 비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당국의 제재도 뒤따랐습니다.
맨몸에 긴 양말만 두른 채 파티에 참석한 래퍼 바시오는 풍기 문란 혐의로 15일간 구금된 데 이어 '비전통적인 성적 관계를 장려'했다는 죄로 20만 루블(한화 약 283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졌습니다.
파티를 주최한 나스티야 이블레바 역시 천문학적 금액의 소송을 당할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블레바가 크렘린이 주도하는 '특별군사작전' 참가자들에게 10억 루블(약 144억 원)을 지불하라는 집단 소송 서명 운동이 시작된 겁니다.
다른 참석자들도 콘서트 일정 취소, 광고 계약 해지, 방송 프로그램 통편집 등 활동 제약을 겪고 있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참석자들은 SNS에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이블레바는 "러시아가 용서를 아는 나라라면, 두 번째 기회를 달라"며 호소했고, 필립 키르코로프는 "이 같은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내 경력에 문제를 일으키는 건 결코 원하지 않은 일이다. 실수를 인정한다"고 사과했습니다.
팝스타 디마 빌란은 "(파티에서) 나는 터틀넥에 커다란 트렌치코트와 바지를 입고 신발을 신고 있었다"면서 "나는 다른 참가자들이 무엇을 입고 올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한편, BBC는 이번 사건에서 유명인들에게 유독 심하게 비판 여론이 형성된 것을 두고 "러시아의 정치 체제가 갈수록 희생양에 기대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BBC의 스티브 로젠버그 러시아 에디터는 "국내외적 문제들과 관련해 지적하고 탓할 그룹이나 개인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이 그 희생양이었으나 이제 몇몇 러시아의 유명 인사들도 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
러시아에서 망명한 야권 운동가 막심 카츠도 SNS에 "과거에는 이번 파티 참석자들과 같은 사람들에 대해 '국가에 충성하는 한 원하는 건 뭐든 해도 된다'는 식의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데, 이제 아니다"라며 "오랜만에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게 규칙이 적용된 사례"라고 적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