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의문의 남성에게 경고 전화 받아
BBC "마무드의 노력 덕에 이웃 주민들 목숨 건질 수 있었다"
↑ 폐허가 된 가자지구 알-자라/사진=연합뉴스 |
이스라엘군(IDF)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공습을 벌이기 전 일부 가자 주민에게 폭격하겠다는 경고 전화를 건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의 중산층 거주자 알-자라에 사는 40세 치과 의사 마무드 샤딘은 지난달 19일 오전 6시 30분쯤 알 수 없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 속 남성은 유창한 아랍어로 본인이 이스라엘 정보부 소속이라고 밝혔고 빌딩 세 채를 폭격할 예정이라며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키라고 말했습니다.
장난 전화라고 생각한 마무드는 경고가 사실이라면 경고 사격을 해보라고 했고 그러자 어디선가 드론으로 추정되는 물체에서 총탄이 날아와 근처 건물에 박혔습니다.
사실이란 걸 깨달은 마무르는 즉시 최대한 많은 이웃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고 폭격이 이뤄지는 걸 최대한 늦추기 위해 전화 속 남성과 씨름하기 시작했습니다.
마무르가 살고 있던 알-자라는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 외곽에 있는 지역으로 팔레스타인 대학을 비롯해 학교, 카페, 상점, 공원 등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선 도심지였습니다.
마무드는 이날 이전까지 알-자라는 공습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자신의 동네가 왜 공격 대상이 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화 속 남성에게 알-자라는 민간인 거주 지역이며 이웃들도 서로를 잘 알고, 국경 지역이나 분쟁이 있던 지역도 아니란 걸 이해시키려고 애썼지만, 무용지물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전화 속 남성에게 우리를 배신하지 말라고, 아직 대피 중일 때 폭격을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며 "그러자 그는 나에게 '시간을 가지라'며 자신은 아무도 죽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마무드는 남성으로부터 "이는 당신과 나보다 더 큰 사람들로부터 온 명령이고, 우리는 폭탄을 떨어트리라는 명령을 받았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성의 말처럼 대피가 끝나자 곧이어 폭격이 시작됐고, 마무드는 자신의 집 바로 인근의 건물 세 채가 무너지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봤습니다.
그날 오후, 또 다른 남성이 다시 마무드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번엔 오전에 무너진 건물 옆 빌딩 두 채를 더 폭격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전쟁 이후 전기가 끊겨 어둠에 잠긴 마을에서 마무드는 다시 수백 명을 대피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습니다.
빌딩 두 곳의 폭격이 끝나자 전화 속 남성은 추가로 건물 세 채를 더 무너뜨리겠다고 하더니 갑작스럽게 계획이 바뀌었다며 이번에는 마을 동쪽에 있는 아파트 건물 전체를 폭격하겠다고 했습니다.
해당 아파트 건물 전체는 수백 가구가 살고 있는 곳이었으며 스무 채 이상의 건물이었습니다.
마무드는 최소한 날이 밝을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달라고 호소했으나 남성은 "명령은 내려졌고, 우리는 모든 건물을 두 시간 뒤에 폭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마무드는 혼란 속에서도 전화를 끊지 않고 최대한 폭격을 미루려 했다며 "전화 속 남성이 심지어 내게 아무런 감정 없는 목소리로 '시간을 충분히 가져라. 당신이 허가를 내리기 전에는 폭격을 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남성에게 "당신들은 내 허가를 받고 폭격을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아무것도 폭격하지 않는 것이고 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대피를 시키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인근 대학교에 대피한 사람들은 밤새 이어지는 폭격에 공포에 떨며 지켜보기만 해야 했습니다.
마무드는 이날 이외에도 이스라엘 측의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으며 이스라엘 정보부가 자신의 가족과 아이들의 이름까지 전부 알고 있어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마무드는 이날 이후 15년간 의사 생활을 하던 동네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피난을 갔습니다.
이스라엘군은 BBC에 알-자라 공습에 관해 "하마스 테러 조직을 해체하기 위한 임무의 일부로서 가자지구 전역에 있는 하마스를 대상으로 공격한 것"
한편 BBC는 알-자라 공습 당시 마무드의 노력 덕에 이웃 주민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