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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중국] 중국 역대 최고 52도!…화염산이 불타올랐다!

기사입력 2023-07-30 13:00

이번 달 초에 날씨 기사를 쓰면서 기자는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를 마무리하고 온-마이크를 하는 시간이 오후 5시가 넘었는데, 그때까지도 베이징 기온은 무려 40도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몰아닥친 폭염 탓인지 이곳 베이징의 여름 역시 정말 미칠 듯이 더웠다. 그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경험하기 힘든 수준의 더위를 직접 겪었다.

지난 5일 기자가 뉴스 보도를 하던 날 베이징은 오후 5시에도 기온이 40도를 기록할 정도로 미친 듯이 더웠다. / 사진 = MBN 보도 캡쳐<br />
↑ 지난 5일 기자가 뉴스 보도를 하던 날 베이징은 오후 5시에도 기온이 40도를 기록할 정도로 미친 듯이 더웠다. / 사진 = MBN 보도 캡쳐


손오공이 파초선으로 3번 불을 껐다는 전설의 화염산

중국 신장지역에 화염산(火焰山)이라는 곳이 있다. 가보신 독자들도 많겠지만, 산이 마치 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듯 보여서 그렇게 이름이 지어졌다. 이 산은 우리가 잘 아는 중국 고전 서유기(西遊記)에 나오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삼장법사를 모시고 서역으로 가는 손오공 일행이 이곳을 무사히 지나려면 활활 타오르는 화염산의 불을 꺼야 했다. 그래서 손오공이 바람이 불고 비를 내리게 한다는 파초선이라는 부채를 어렵게 구해 와서 불을 끄고 나서야 겨우 지나갔다는 곳이 바로 이 화염산이다. 실제로 화염산의 풍경을 찍은 사진들을 보면 정말로 산 전체가 불에 타는 듯한 모습이 장관을 연출한다.

화염산 전체가 마치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듯한 모습이다. / 사진 = 바이두<br />
↑ 화염산 전체가 마치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듯한 모습이다. / 사진 = 바이두


화염산에 정말 불이 붙었나…이달 중순 중국 역대 최고 기온 갈아 치워

지난 16일 이 화염산이 위치한 신장위구르자치구 투르판 분지의 싼바오향(鄕) 지역의 기온이 섭씨 52.2도까지 치솟았다. 역대 중국 최고 기온을 갈아치운 것이다. 화염산에는 여의봉을 본떠 만든 초대형 온도계가 있는데, 그날 관측된 지표면 온도는 무려 80도가 넘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거의 물이 끓기 직전의 온도인데, 생각만 해도 목이 타는 듯하다. 손오공이 지금 다시 화염산을 지난다면 아마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까? “아니, 내가 분명히 파초선으로 불을 껐는데, 언제 다시 이렇게 불이 붙었지?”라면서 말이다.

중국은 지난해 여름 양쯔강이 폭염과 가뭄으로 말라버렸다. 물 부족은 현상은 농작물 피해에 그치지 않았다. 더 심각한 건 바로 전력난이었다. 양쯔강의 풍부한 수량을 이용한 쓰촨성과 윈난성의 수력발전은 중국 중부지방 전력 공급의 핵심인데, 이게 차질을 빚으니 공장이 멈춰서고 양쯔강 유역 수억 명의 사람들이 강제로 절전을 해야 했다.

폭염과 가뭄은 올해도 반복됐다. 이는 전력 수요 급증, 그리고 수력 발전량 감소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다 보니 반대 작용으로 중국의 석탄 수입과 자체 생산량이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석탄 수입은 2억 2천193만 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작년 석탄 수입량이 역대 최대인 2억 9천320만 톤이었는데, 이미 올해는 상반기에만 작년의 76% 수준에 달한 것이다. 석탄의 자체 생산량 역시 23억 톤으로, 지난해보다 4.4% 증가했다. 부족한 수력발전을 화력발전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특사가 중국을 방문했는데, 이런 모습들을 보면 중국의 탄소 배출량 감축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폭염에 따른 가뭄으로 수력발전이 멈추고 그래서 석탄을 많이 태우니 다시 지구는 더워지고 그러면 또다시 폭염과 가뭄이 찾아오는 악순환인 셈이다.

더위만 심해진 것 아냐…중국, 올해 추위도 기록 경신

중국에선 올해 더운 것만 화제가 되지 않았다. 추운 것도 문제였다. 지난 1월 22일 헤이룽장성 모허의 기온이 영하 53도까지 곤두박질쳤다. 50여 년 만에 중국 역대 최저 기온도 갈아치운 것이다. 얼마나 추웠으면 중국 국영 CCTV 기자가 야외에서 날달걀을 깨뜨리자마자 얼어붙는다는 시범까지 보일 정도였다.

지난 1월 영하 53도까지 떨어진 헤이룽장성 모허에서 중국 CCTV 기자가 야외에서 달걀을 깨뜨려 얼마나 빨리 굳어버리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 사진 = CCTV 캡쳐<br />
↑ 지난 1월 영하 53도까지 떨어진 헤이룽장성 모허에서 중국 CCTV 기자가 야외에서 달걀을 깨뜨려 얼마나 빨리 굳어버리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 사진 = CCTV 캡쳐


이렇게 적고 보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유독 중국의 날씨와 관련된 기사를 많이 쓴 기억이 난다. 지구촌 시대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커져서 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과거에 흔치 않던 이상 기상 현상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할 듯하다.

베이징만 해도 ‘건조하다’거나 ‘비가 잘 안 내린다’는 식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1996년에 기자가 베이징에 살 때만 해도 1년 동안 비가 내렸었나 싶을 정도로 비 구경을 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여름은 덥지만 건조하다 보니 찝찝한 기분은 한국보다 덜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20여 년 후인 2021년에 다시 베이징을 와보니 예전의 기억과는 다른 날씨였다. 2021년 여름과 가을 사이에 어찌나 비가 자주 내렸는지 외출할 때는 우산을 꼭 챙겨나가곤 했었다. 올해 여름도 비슷해서 국지성 호우가 자주 내렸다. 날씨가 내내 맑다가 갑자기 30분~1시간 정도 비가 미친 듯이 퍼붓는 경우가 흔해졌다. 한마디로 베이징의 날씨가 변한 것이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엔 기후 변화라는 걸 잘 실감하지 못했는데, 수십 년 만에 베이징을 다시 와 보니 “기후가 변했다”는 말을 실감하게 됐다.

며칠 전에도 쨍쨍하던 해가 사라지고 갑자기 천둥&#8231;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베이징에서 이런 국지성 호우가 이번 달에만 벌써 서너 차례다. / 사진 = MBN 촬영<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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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에도 쨍쨍하던 해가 사라지고 갑자기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베이징에서 이런 국지성 호우가 이번 달에만 벌써 서너 차례다. / 사진 = MBN 촬영


[윤석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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