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게 월북 계획한 듯…美는 수소문, 北은 침묵 중
↑ 지난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Travis King·23) 이등병(왼쪽)과 당시 공동경비구역을 견학하고 있던 킹 이병의 뒷모습(오른쪽) / 사진=연합뉴스 |
공동경비구역을 견학하다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한 한 주한미군 이등병이 월북을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Travis King·23) 이등병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중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했는데, 그가 사전에 치밀하게 월북을 준비한 것을 짐작하게 하는 정황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것입니다.
뉴시스가 오늘(22일) 전한 것에 따르면, 킹 이병은 월북하기 전날인 지난 17일 오후 2시쯤 인천국제공항으로 호송됐습니다. 한국에서 폭행 사건에 연루돼 47일간 수용시설에 구금됐다 풀려난 그는 추가 징계 절차를 밟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포트블리스 기지로의 송환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이날 오후 4시쯤 미군은 출국 수속을 끝낸 킹 이병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4번 출구 앞까지 호송했습니다. 그는 이어 오후 4시 35분쯤 법무부의 재심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는 미군 호송인력이 복귀한 뒤였습니다. 출국심사를 통과한 킹 이병은 탑승기에 오르기 전까지 면세구역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미국 CNN 방송은 킹 이병이 호송인력이 못 따라가는 공항 세관에서 도주한 것 같다는 현지 관계자의 말을 전한 바 있습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킹 이병이 인천공항 안의 출국 대기실에 있었다는 일각의 주장은 거짓이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면세구역에 있던 킹 이병은 오후 6시 15분쯤 항공편 탑승 게이트로 가 "여권을 분실했다"며 출국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출국 취소자’로 분류됐지만, ‘미탑승자’로 분류되지는 않았습니다. 뉴시스는 이것이 킹 이병의 부대에서 그가 미국행 여객기에 탑승했다고 착각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전했습니다.
출국이 취소된 그는 뒤이어 오후 7시쯤 인천공항 출국장을 빠져나와 다음 날인 지난 18일 인천공항에서 90분가량 걸리는 곳에 있는 비무장지대(DMZ)에 견학단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지난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Travis King·23)의 조부(오른쪽)와 삼촌(왼쪽)이 현지 시간으로 지난 19일 미국 위스콘신주 자택에서 킹 이병의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
유엔사는 평소 일주일에 4회(화·수·금·토), 한 번에 40명씩 한국인과 미국인 등을 대상으로 JSA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견학은 최소 3일 전에 신청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킹 이병이 사전에 치밀하게 월북을 계획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민간인 신분으로 위장해 견학단과 함께 JSA를 둘러보던 킹 이병은 갑자기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갔습니다. 당시 견학단 중 한 명이던 목격자는 “판문점의 한 건물을 견학했을 때였다. 한 남성이 갑자기 크게 ‘하하하’ 웃더니 건물 사이로 뛰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월북 후 나흘이 지났지만, 그가 어떻게 됐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주한미군 공보실장인 아이작 테일러 대령에 따르면, 남측 DMZ 관할 유엔군사령부는 킹 이병의 월북에 관해 물으려 북한에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아무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한 당국자는 킹 이병이 군사분계선을 건넌 뒤 바로 승합차에 실려 갔고, 북한 수도 평양으로 이송된 것 같다는 의견을 어제(21일) ABC방송에 전했습니다.
[주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uliet312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