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격해지면 결국 주먹이 오가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일까요.
그곳이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인 의회라고 해도 말이죠.
코소보 의회에서 인종 갈등으로 시작된 여야 의원 간 신경전이 결국 물을 뿌리고 폭력이 오가는 난투극으로 번졌습니다.
장동건 기자입니다.
【 기자 】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가 연설 중인 연단 앞에 한 야당 의원이 쿠르티 총리를 코가 긴 피노키오로 묘사한 그림을 붙입니다.
부총리가 그림을 떼어 찢어버리자 다른 야당 의원이 나와 쿠르티 총리와 부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우르르 모여든 의원들이 서로 몸을 밀치고 주먹을 휘두릅니다.
현지시간 13일, 유럽 코소보 의회에서 총리 연설 도중 여야 의원들이 거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회의는 일시 중단됐다가 4시간여 뒤 재개됐지만, 또 한 번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물세례를 한 야당 의원은 현지 언론에 "물을 뿌린 건 폭력 의도가 아니라 정치적 행동이었다"며 쿠르티 총리를 새사람으로 만들어주려는 의도였다고 말했습니다.
총리의 연설은 북부 지역 세르비아계 주민과의 긴장을 완화할 정부 방안을 담고 있었는데, 인종 갈등과 연계된 민감한 사안입니다.
지난 4월 세르비아계 주민이 대다수인 북부 지역 지방선거에서 집단 투표 거부에 투표율이 3%대에 불과했음에도 알바니아계 시장들이 당선되자 거센 폭력사태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쿠르티 총리는 선거를 다시 치르겠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쿠르티 / 코소보 총리 (지난 12일)
- "정부는 상황을 완화하고자 노력할 준비가 됐고, 북부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킬 만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가 코소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국가 위상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합니다.
MBN뉴스 장동건입니다.[notactor@mk.co.kr]
영상편집: 오광환
그래픽: 임주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