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미니', 갖은 학대에도 1년간 생존
아기 원숭이를 끔찍하게 고문하고 살해하며 수익을 벌어온 국제적인 범죄 조직의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미국, 영국, 중국 등 전세계 사람들이 인도네시아 현지인에게 돈을 주고 아기 긴꼬리원숭이의 학대나 살해 모습을 촬영하게 하고, 이 영상을 구매했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 20일(현지시각) 1년간의 잠입 취재를 통해 이러한 학대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처음 학대 정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를 통해 포착됐습니다.
평소 귀여운 원숭이나 침팬지 영상을 즐겨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루시 카페타니치는 지난해 5월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영상을 시청하다가 원숭이의 뺨을 때리는 등 이상한 내용의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이외에도 영국 동물권활동가 니나 재캘 등 여러 사람들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학대물 장르'를 포착했습니다.
BBC의 취재 끝에 밝혀진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미국 내 브로커들이 유튜브뿐만 아니라 텔레그램 단톡방에서 400여명의 참가자들을 모집한 후 돈을 받아 영상 제작을 사주했습니다. 영상 하나당 평균 가격은 200달러였고, 최대 1000명의 회원이 있는 조직도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망치나 펜치 등 고문 도구나 방식을 투표받아 구체적인 학대 방법을 결정했고, 영상 제작에는 인도네시아 고문 기술자가 고용됐습니다.
단톡방 참가자들은 미국, 호주, 영국,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었으며, 연령대도 20~50대까지 다양했습니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단톡방 핵심 운영자 중 한 명인 마이크 매카트니(48)는 "죄책감에 시달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원숭이 학대물 산업은 근본적으로 마약산업과 비슷하다. 다만 마약을 판 돈은 더러운 손에서 오지만, 이 돈은 피 묻은 손에서 나온다”라며 "영상은 손쉬운 돈벌이가 됐고 두목이 된 것 같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40대 여성 스테이시 스토리, '미스터 에이프(Mr. Ape)'라고 불리는 사람 등을 핵심 주동자로 보고 수사 중입니다. '미스터 에이프'는 20대 중반의 대학 졸업생으로, 인터뷰에서 "내가 너무 외롭고 고통받고 있었기 때문에 인간처럼 보이는 원숭이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는 일이 매력적이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총 세 명의 주동자는 아기 원숭이 '미니'를 학대하는 영상을 올리며 큰 수익을 벌었습니다. '미니'가 다른 아기 원숭이와 달리 갖은 학대에도 1살이 넘도록 생존했기 때문입니다.
참가자들은 '미니'를 반으로 자르거나 믹서기에 넣는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이에 인도네시아 학대자가 5000달러(약 65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두 명의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미니'를 구조했습니다. 하지만 '미니'의 소유자는 동물 학대죄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긴꼬리원숭이가 멸종위기종이나
미국 국토안보부 폴 울퍼트 요원은 "이번 사건은 마치 아동성착취물을 연상하게 한다"라며 "조직적 유포와 비공개 그룹, 소비 방식 등이 유사하다"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미국 경찰은 전세계적으로 최소 20명의 사람들이 학대 사건에 연루됐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ungjilee@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