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제공 에이전시 이름 묻자 "중국 이름인데 잘 생각 안 난다"며 얼버무려
"외로우니 동료와 한방 쓰게 해달라"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사건 파악이 안 된 새 변호사들과 어제 재판을 진행하면서 거의 혼자서 변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법정에 나타난 권도형 / 사진=연합뉴스 |
지난 8일 권도형(32) 대표와 그의 측근 한 모 씨를 대리해 왔던 브란코 안젤리치 변호사가 갑자기 사임하면서 고란 로디치, 마리아 라둘로비치 변호사가 새로 선임됐는데, 이들이 사건을 급하게 맡으면서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16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는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 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습니다. 정오에 시작돼야 했던 재판은 두 변호사가 5분 늦게 들어오고, 이바나 베치치 판사에게 의뢰인들과의 대화 시간을 요청해 15분간 퇴정한 탓에 12시 20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 권도형의 새 변호인인 로디치 변호사 / 사진=연합뉴스 |
1시간 반 정도 이어진 이번 재판은 몬테네그로어로 진행됐으며, 권 대표 등은 셀만 아조비치라는 통역사를 통해 영어로 변론했습니다. 권 대표는 지난달 11일 첫 재판 때처럼 발언할 때 "유어 아너(Your Honor·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는 말을 꼭 붙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새로 선임된 변호사들에게 의지할 수 없는 권 대표는 거의 혼자서 변론에 나섰습니다. 그는 친구의 추천으로 싱가포르에 있는 에이전시를 통해 코스타리카 여권을 취득했으며, 믿을 만한 친구가 추천했기 때문에 위조 여권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만약 위조된 것을 알았다면 포드고리차 공항에 전세기를 대기하게 하고 코스타리카 여권을 냈겠느냐고 말하며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삭발한 채 흰 반소매 티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재판에 나온 권 대표는 결연한 표정으로 체포 당시 가지고 있던 여권이 위조된 것이 아니라고 연이어 항변했습니다. 충분히 알아들었으니 착석하라고 베치치 판사가 말했지만, 권 대표는 착석을 거부하며 자신은 억울하다는 것을 지속해 말한 뒤에야 자리에 앉았습니다.
몬테네그로 현지 법에 따르면 여권 위조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소 3개월에서 최고 5년의 징역형이 내려집니다. 이에 권 대표는 유죄 선고를 받더라도 사정을 참작 받아 형을 줄이려고 계속해서 항변한 것입니다.
다만 권 대표는 판사가 해당 에이전시의 이름을 묻자 "중국말로 돼 있었는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압수된 노트북 메일함을 확인하면 된다."며 얼버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또 가명과 가짜 생년월일이 적힌 벨기에 여권에 대해 "벨기에 당국이 실수로 잘못 적은 것이다. 언젠가는 쓸모 있을 것 같아서 갖고 있었다"며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놨습니다.
이어 권 대표는 "한 씨는 죄가 없다. 위조 여권으로 처벌받게 되면 나만 받게 해달라"며 한 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지난 3월 23일 체포된 권 대표와 한 씨는 포드고리차 외곽에 있는 스푸즈 구치소에서 3개월 가까이 머물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보석을 신청했지만 상급 법원인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범죄인 인도 재판을 위한 신병 확보를 이유로 6개월 구금 연장을 결정한 탓에 풀려나지 못했습니다.
권 대표는 이국땅에서의 수감 생활이 길어지며 지친 탓인지 코스타리카·벨기에 여권 재조사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로디치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의뢰인들은 여권을 적법하게 취득했다고 확신하지만, 재판이 길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한 씨는 "인터폴에서 이미 위조 여권이라는 게 확인됐다면 재판을 빨리 끝내고 싶다"며 울먹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권 대표는 최후 변론에서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힘들
베치치 판사는 이번 사건에 대한 판결을 오는 19일 오후 2시에 내리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주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uliet312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