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표현의 자유 침해" 비난
"공영시설에서 '성 상품화'" 비판도 잇달아
일본 사이타마현이 운영하는 공원에서 잡지사 등이 ‘수영복 차림 여성 촬영회’를 계획했다가 공원 측이 장소 대여를 거부해 행사 일부가 취소됐습니다.
지난 8일 사이타마현의 공원을 관리하는 위탁기관인 현공원녹지협회는 오는 10~25일 현내 공원 두 곳에서 열릴 예정인 6건의 ‘수영복 차림 여성 촬영회’ 일괄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협회는 공원 대여 조건에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수영복이나 선정적인 자세는 피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달 촬영회를 신청한 업체 6곳 중 2곳이 규정을 어긴 사실을 적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른 업체들도 규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공원 대여를 일괄 취소했습니다.
도쿄신문 등 현지 언론은 과거 현립공원에서 열린 촬영회에서 “모델들이 선정적인 자세를 하고 있었다”며 주민들이 협회 측에 항의한 바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촬영회에서는 관람객들이 입장료 1만~3만엔(약27만원)을 내고 들어가 모델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미성년자 모델이 참여한 촬영회도 있었습니다.
일본공산당 젠더평등위원회와 소속 사이타마현의원들은 이런 사실을 공개하고 “과거 사례를 볼 때 ‘성 상품화’를 목적으로 한 행사가 분명하다”라며 “수영복 차림 여성 촬영회에 현립공원을 대관하지 말라”고 오노 모토히로 현지사에게 요청했습니다.
오는 24~25일 현립 시라코바토 수상공원에서 촬영회를 기획했던 잡지사가 “공원 측의 처분으로 촬영회가 취소됐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논란은 커졌습니다. 일부 남성들은 온라인에서 “페미니스트와 좌파 공산당이 나치처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일본 고유의 그라비아 문화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크게 분노했습니다. 일부 그라비아 아이돌도 트위터에 “우리가 좋아서 하는 일을 빼앗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반면 과거 수영복 촬영회 사진이 공개되면서 공원 측의 결정을 지지하는 여론도 달아올랐습니다. 수영복을 입은 중학생 소녀에게 100명이 넘는 남성들이 카메라를 들이댄 모습이나 아크릴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성 참가자가 중학생 모델과 밀착 촬영을 한 사진 등이 공개된 것입니다. "이런 행사를 공영시설에서 하는 것은 대체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오노 지사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규정 위반이 확인되지 않은 업체에까지 일괄 대여 취소처분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4개 업체에 관해서는 협회 측의 대관 불허 처분을 취소하도록 지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노 지사는 “수영복 촬영 자체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면서도 “공공복지에 반하는 미성
‘그라비아’란 수영복 차림 여성이나 세미 누드인 여성을 촬영한 영상이나 화보집을 뜻하며, 여기에 출연하는 모델을 ‘그라비아 아이돌’이라고 부릅니다. 그라비아 화보 촬영은 과거 연예계 등용문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