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공개한 후쿠시마 원전 근처 최근 사진 / 사진=연합뉴스 |
30대 전직 경찰관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방사능에 노출돼 출입이 통제된 구역의 빈집을 돌며 여성 속옷을 훔친 혐의로 결국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았습니다.
31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쿠시마 지방법원은 전직 경찰관 피고인 A씨(39)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판결을 내렸습니다.
앞서 A씨는 후쿠시마현 재해대책본부의 경사로 재직하던 지난해 10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에 따라 아직 주민 출입이 통제돼있는 토미오카마치, 오쿠마마치 등 '귀환곤란구역'의 빈집 3채에 침입해 여성 속옷 등 약 29점(약 5만5000원 상당)을 훔쳤습니다.
당시 해당 구역의 순찰을 담당하던 그는 퇴근 후 범행을 저질렀고, 이튿날 동료 경찰관에게 "순찰을 하고 오겠다"고 말한 뒤 속옷 절도를 이어갔습니다. 동료 경찰은 함께 순찰하던 A씨가 장시간 따로 행동한 것을 수상히 여겼고, 이를 상사에게 보고하면서 A씨의 범행이 발각됐습니다.
경찰 수사에서 A씨의 가방과 자택에는 다수의 여성 속옷이 발견됐습니다. 그는 범죄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하면서 "전처의 폭력과 이혼, 새로 교제한 여성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아 모든 것이 싫어지기 시작해 자포자기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습니다. 동시에 "내 사리사욕으로 벌어진 일이고 모두 내 책임이다. 다시는 안 하겠다고 맹세한다"며 반성했습니다.
검찰은 "경찰관의 지위를 악용해 피난 상태에 있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짓밟은 범행"이라며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반성하고 있으며, 면직 처분 등 징계도 받았다"고 정상 참작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경찰관으로서의 지식과 지위를 이용해 빈집에 침입, 속옷 등 사적인 물건을 훔친 것은 경찰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악랄한 범죄"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 "피해품 변상이나 반성하는 태도, 징계 면직 등 이미 사회적 제재를 받은 것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끝으로 재판부는 "피고인 스스로 여성 속옷에 대한 집착을 지우고 다시는 같은 일이 없도록 하라"고 강조했습니다.
A씨는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경찰 조직의 신뢰를 실추시켜 죄송하다. 판결을 받아들여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