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경찰이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어린 형제를 풀어주면서 촉법소년 논란이 재점화됐습니다.
아르헨티나 경찰은 현지시간 지난 28일 새벽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 라플라타에서 각각 16살과 15살인 형제를 체포했습니다.
↑ 10대 형제 도둑이 창문을 통해 식품점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CCTV 갈무리 |
형제는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식품점에 들어가 금고를 턴 절도범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금고를 열어 현금 2만 페소를 꺼내고 금고는 버린 뒤 도주하는 중이었습니다.
형제는 창문을 깨고 식품점에 침입했고, 잠들지 않은 가게 주인은 집에서 CCTV로 범행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이 도둑을 쉽게 잡은 건 형제가 워낙 유명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경찰들 사이에 ‘젠장 형제’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형제는 10대 중반의 소년들이지만 그동안 각종 범죄로 경찰에 42번 체포됐습니다. 나란히 전과 42범인 셈입니다.
하지만 전과 기록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16세 이하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풀려났기 때문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형제의 범행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겨 물증도 확실하지만, 이번에도 신병을 부모에게 인계한다는 서류만 작성하고 형제를 풀어주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형제가 창문을 깨고 식품점으로 들어가는 시간은 단 3분이었습니다. 식품점에 들어간 형제는 금고를 챙기고 진열된 먹거리를 있는 대로 가방에 담았습니다. 이들은 단 1분 만에 원하는 걸 모두 챙겨 식품점을 빠져나왔습니다.
경찰은 “CCTV를 보면 10대 소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범죄에 능숙하다”면서 “경찰이 ‘젠장’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별명을 붙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아르헨티나 사회에선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라플라타 주민 페드로는 “지금의 10대는 20~30년 전 10대와 완전히 다르다. 16세는 소년이 아니라 어른이다”라면서 “촉법소년이라는 제도를 없애거나 나이를 낮추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hj4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