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메이르의 원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오른쪽)과 인공지능(AI)이 그린 모작. /사진=연합뉴스 |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공모에 참여한 한 미술 작품이 AI가 그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작품을 예술로 봐야 할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해당 작품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1665년 완성한 걸작 '진주 귀걸이 소녀'를 AI가 재해석한 그림입니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이 페르메이르의 원작을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대여하는 동안 이를 대체할 애호가들의 모작 여럿을 공모해 전시했습니다.
독일 베를린 크리에이터 율리안 판디컨은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모티브로 한 작품 전시 이벤트를 연다는 소식을 접한 뒤, AI로 작업한 '빛나는 귀걸이를 한 소녀'를 출품하기도 했습니다.
판디컨은 온라인상에 게재된 수백만 개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에 자신이 생각한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미술관 측은 접수된 3천482점 중 170여 점을 원작이 있던 전시실에 디지털 형식으로 전시했고, 판디컨이 제출한 것을 포함한 5점은 실물(출력본)을 걸었습니다.
↑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출품된 여러 작품들. /사진=연합뉴스 |
이를 두고, 과연 AI의 작품이 예술에 속하는지, 미술관에 다른 유서 깊은 명작들과 함께 걸릴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현지 미술계는 격렬한 논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리스 콤핏 작가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페르메이르의 유산은 물론, 활동 중인 예술가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미술관에서 나오면서 뺨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AI 도구가 다른 작가들의 저작권을 침해하며, 그림 자체도 프랑켄슈타인 같은 느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미술관 공보 담당 보리스 더뮈닉은 "작품을 선정한 이들은 AI가 창작한 것임을 알고도 마음에 들어 해 결국 선정하게 된 것"이라며 "우리는 이것이 멋진 그림이며, 창조적인 과정이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또 "예술이 무엇인지, 예술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AI가 새로운 것이라고 하지만, 나이 든 이들은 전통적인 회화를 더 좋아한다고들 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AI가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지난해에도 '미드저니', '달리-2', '스테이블 디퓨전' 등 AI 프로그램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텍스트를 입력하기만 하면 손쉽게 복잡하고 사실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습니다.
앞서 지난해에도 미국 콜로라도
계속해서 AI 프로그램이 발전하면서, 앞으로 AI의 예술 행위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