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경 소녀에 “더럽다”…극단적 선택
“나도 바지에 묻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니 그냥 왔다”
여성들의 ‘월경권 보장’을 위해 흰색 정장 바지에 월경혈로 추정되는 붉은 자국을 묻힌 채 의회에 등장한 케냐 여성 상원의원 글로리아 오워바(37)가 한 말입니다.
AP 통신은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오워바 의원의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붉은 자국 그대로 케냐 수도 나이로비 의회에 나타난 그는 출석을 거부 당했습니다. 의회 측은 ‘복장 규정 위반’을 거부 사유로 들었지만, 월경혈로 추정되는 흔적에 대한 아프리카 특유의 거부감이 반영될 결과일 것이라 AP 통신은 전했습니다.
실제로 의원들 사이에선 오워바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한 남성의원은 “아내와 딸도 월경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고 개인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여성의원도 “실제 월경이 있어서 바지에 실수로 묻은 건지 (염료를 묻혀서) 일부러 속인 건지 모르겠다”며 “외설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워바 의원의 파격 행보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케냐의 한 소녀는 학교에서 첫 월경을 경험했고, 교복에 묻은 혈을 본 교사는 “더럽다”고 비난하며 학교에서 내쫓았습니다. 극도의 수치심을 느낀 소녀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실제로 케냐에서는 월경을 죄악시하고 금기해야 하는 일이라 가르칩니다. 아프리카 여학생 10%는 월경 기간마다 결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2020년 케냐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도시·농촌 지역 여성 각각 65%, 45%만이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생리대를 구하기 어렵고 옷에 피가 묻을 경우 비난을 받게 돼 아예 학교에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처럼 오워바 의원의 이런 행보는 월경으로 인해 혐오나 차별의 대상이 되지 않고, 모든 여성이 안전하고
이날도 오워바 의원은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한 학교를 방문해 생리대 무료 배포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또 케냐 전역의 여학생에게 생리대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 자금 지원을 늘리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