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성황후/사진=연합뉴스 |
오늘(16일) 오전 20여 년 동안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명성황후 시해범을 추적해온 카이 도시오씨가 향년 95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1980년대 어느 날, 중학교 교사로 일하던 카이 도시오씨(甲斐利雄)는 아소산 국립공원에서 만난 한 한국인으로부터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시해에 가담한 대부분이 구마모토현 출신이라는 말은 그를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실제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48명의 일본인 중 21명이 구마모토현 출신입니다.
카이씨는 이때부터 수십 권의 책과 논문을 찾아 읽었습니다. 교사 퇴직 후인 지난 2004년에는 직접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을 발족했습니다. 이후 일본 내에서 시해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시해범을 찾는 일에 전념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아소산 국립공원에 세워진 한 기념비에서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것을 치적으로 기록한 인물(마츠무라 다츠키, 1868~1937)을 찾아내 기념비 삭제를 직접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명성황후를 추모하는 일에도 앞장섰습니다. 2005년을 시작으로 코로나19로 왕래가 끊이기 전인 지난 2019년까지 매년 10여 명의 회원을 이끌고 명성황후가 묻힌 경기도 홍릉을 찾아 참배했습니다. 방한 때마다 한국독립기념관도 꼭 들렀습니다.
특히 지난 2005년에는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후손을 찾아 설득해 함께 참배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 일은 한일 언론에 각각 '110년 만의 가해 후손의 참회'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됐습니다.
그는 코로나19와 투병으로 거동과 왕래가 불편한 때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 126주년인 이날 그는 일본 구마모토현의 '한일문화교류센터 구마모토'에서 열린 명성황후 추모기념식에 참석, 참배한 후 마지막 강연을 했습니다. 그의 명성황후시해사건 관련 마지막 강연이었습니다.
그는 이날 유언처럼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은 일본이 어떻게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한국인, 조선인을 어떻게 차별하는지를 생각하는 단체입니다. 일본 권력은 자꾸 역사를 숨기려
빈소는 구마모토현 아소시에 있는 장례식장(세이호인 아소사이죠,清峰院 阿蘇斎場)으로 오는 18일 발인 예정입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