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 옆 콘크리트 바닥'에 1인용 천막 치고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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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구조대 손 잡고 구출되는 생존자/ 사진 = 연합뉴스 |
한국 구조대는 튀르키예 강진 현장에 도착 직후부터 첫 인명 구조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숙달된 실력 뿐만 아니라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이 빛을 발한 결과였습니다.
9일(현지시간) 오전 6시37분쯤 한국 긴급구호대가 70대 남성을 안타키아의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했습니다.
구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반가량으로, 동이 트기 훨씬 전부터 구조에 나선 끝의 결실이었습니다.
긴급구호대 소속 조인재 중앙119본부장은 이날 새벽 4시께 숙영지로 선정된 안타키아 시내 셀림 아나돌루 고등학교에 도착한 직후 몇몇 대원을 이끌고 구조 활동 현장으로 정한 안타키아 고등학교 주변 지역 답사에 나섰습니다.
한국에서 비행으로 10시간이 넘는 거리를 날아와 다시 육로로 수 시간을 이동한 직후라 피곤할 법도 했지만, 이들은 쉴 틈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작업 현장에 도착한 조 본부장은 주변을 둘러보던 중 생존자가 있다는 주민들의 도움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는 주변 상황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생존자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고, 숙영지로 돌아오는 대신 즉시 대원들에게 구조 장비와 구조견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대원들은 피로를 느낄 틈도 없이 현장에 합류해 생존자를 확인하고 사력을 다해 생존자로 향하는 구조 통로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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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자 상태 체크하는 '콧등 밴드' 대위/ 사진 = 연합뉴스 |
구호대의 도움으로 생존자는 무사히 살아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생존자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지 안타키아 지방정부는 "한국 긴급구호대가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거둬서 기쁘다"며 "한국 긴급구호대의 활동을 통해 생존자가 계속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구호대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구조 활동을 이어가 이날 오전에만 5명을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조 본부장은 "밤을 새고 이곳까지 와서 원래는 날이 밝으면 현장을 둘러볼까 했다"며 "그러나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이들을 생각해서 한 발짝 더 움직이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오늘 구조한 분들 중에도 저체온증을 겪거나 골절을 당한 분들이 있었다. 이들은 오늘 구조되지 못했으면 살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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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키아 지역에서 구조작업하는 한국긴급구호대/ 사진 = 연합뉴스 |
국제 구호대 사상 최대 규모의 인력을 급박하게 파견하고, 지진을 당한 튀르키예의 사정이 열악하다 보니 아직 숙영지 환경이나 장비가 덜 갖춰진 부분들도 눈에 띄었으나 이들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은 한국의 구호 역량이 세계에서 모두 인정할 정도로 성숙해졌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특전사 대원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는 발전기 옆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1인용 천막을 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힘든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한 대원은 추운 날씨에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모두가 힘들다. 군인이 임무를 수행하는데 불평 불만이 어딨나"라고 답했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